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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 못할 「오락가락 징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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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 못할 「오락가락 징계」(사설)

입력
199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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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자당이 축재 및 재산공개와 관련하여 물의를 일으킨 소속의원들에 대해 단행한 징계조치는 그 과정과 징계내용 모두가 납득하기 어렵다. 당초 국민들에게 다짐했던 엄계·엄벌과는 달리 시종 적부주의 편의주의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이번 징계의 과정과 내용이 과연 집권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성실했고,또 뼈를 깎는 자체 정화노력을 다했다고 자신할 수있는지 묻고 싶다.민자당이 지난번 자발적인 재산공개때 전 현직 국회의장을 포함한 5명에 대해 의원직을 사퇴케하는 등 일련의 징계를 단행한데 이어 이번 법에 의한 첫 재산공개를 통해서도 8명의 의원에게 제명조치와 당권정지,비공개경고 등의 징계를 함으로써 정당사상 드물게 대대적인 자가수술을 한 점은 평가한다. 징계는 의원의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저간에 관계 당간부들이 겪은 고심 역시 이해한다.

하지만 이번 징계는 그 절차와 방법 등에 많은 하자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징계는 국회 윤리위의 실사작업에 앞선 자체 정리인 만큼 민자당은 책임있는 공당답게 의원재산의 심사는 모든 국민과 당원에게 공개된 가운데 진행하고,의혹을 받는 의원에게는 소명기회를 주며,불법과 현저한 부도덕이 발견됐을 때는 엄격하게 징계했어야 마땅하다. 또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는 명망있는 각계 인사를 포함한 특별위원회를 가동시키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었을 것이다.

이같은 일반적인 바람과는 달리 민자당의 심사와 징계는 사무총장 등 일부 간부들만에 의해 비밀리에 진행됐으며,무엇보다 징계의 확고한 기준과 원칙이 없는데다 형평성마저 흔들렸음이 사실이다. 더구나 의혹을 받은 의원들이 엉뚱한 변명과 읍소행각을 벌이고 지역정서를 내세워 「탈당」을 위협하여,징계대상과 내용이 크게 축소됐다는 소식까지 들리는데는 아연해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중앙당기위 운영규정(19·20조)에 명기됐듯이 당원의 징계는 당기위의 심의결정을 거쳐야함에도 중앙당이 징계내용을 미리 발표한 것 역시 어색하기 짝이 없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당의 기강을 확립하고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징계의 수준과 내용이 각계파간의 이해와 갈등에 이어져 시종 오락가락했다는 점이다. 징계과정에서 대표 등 일부 간부들이 침묵속에 관망하는듯한 자세를 보인 점 역시 아쉽기만 하다.

이런식의 징계라면 민자당은 차라리 자진공개 때와는 달리 국회윤리위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엄정하게 실사작업을 벌여 의원들 재산의 적법과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장차 실사결과를 토대로 국회 징계와는 별도로 보다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만일 당이 경징계했던 의원이 윤리위에서 불법이 드러나거나,중징계했던 의원의 위법이 경미한 정도로 판명됐을 때 당이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이번 징계과정은 3당 합당이후 3년이 지난 지금 김영삼대통령이 엄청난 개혁을 선도하는 상황에 아랑곳없이 계파간의 갈등과 대립이 여전히 잠복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자당은 보다 심각한 자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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