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기회도 안주고 머리 채우기”/일부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악재”/수뇌부,함구속 여론추이 촉각「읍소와 냉소,그리고 단죄와 반발」
재산공개 문제의원에 대한 징계내용이 발표된 16일 민자당 여의도당사는 이같은 복잡한 감정과 상황의 뒤범벅으로 내내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집행의 악역을 맡은 실무당직자들이나 당의 제재를 받게 될 대상자들 모두 무거운 표정으로 좀처럼 입을 열려하지 않았다. 민자당은 이번 결정이 「최선의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연 이를 여론이 납득해줄지는 미지수이다.
○…하루 연기의 진통끝에 민자당이 징계의 뚜껑을 열어젖힌 시각은 이날 상오 11시15분. 강재섭대변인은 굳은 표정으로 당사 2층 기자실에서 아무 서론없이 제명 2명,당권 정지 1명 및 「약간명」의 비공개 경고 등 결정사항을 발표했다. 강 대변인은 『정치권이 개혁의 모범을 보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내일 당기위의 제소장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국민들의 납득여부에 관해서는 다소 자신없는 어조로 『야당과 달리 우리는 지난번 공개때 여러명을 조치한데 이어 이번에도 강한 의지를 갖고 자율적인 조치를 했음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의 형평성 논란과 관련,『그는 『재산누락 및 변동,형성과정 등 여러가지를 참작해 사심없이 결정했다』면서 『그 문제의 판단은 국민과 언론의 몫』이라고 답했다. 강 대변인은 그러나 총재 경고를 비공개로 하는 이유에 대해 이례적으로 언급을 회피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김종필대표는 상오 10시부터 가진 김영삼대통령과의 정례 주례회동에서 징계 검토결과를 보고,김 대통령의 재가를 얻었다. 김 대표는 이어 상오 11시께 당사에서 돌아와 당직자들을 불러 회동결과를 설명한뒤 강 대변인으로 하여금 이를 발표케 했다.
○…민자당의 징계내용은 전날 심야의 실무대책 회의와 이날 상오의 당정 접촉에서 최종 확정됐다. 황 총장과 김덕룡 정무장관 권해옥 조부영부총장 백남치 기조실장 등은 전날 저녁 시내모처에서 회의를 열어 징계대상자와 내용의 윤곽을 그려냈다. 회의는 비공개 경고대상자 확정과 김동권의원의 징계수준을 놓고 막판까지 논란을 거듭했다. 김 의원의 경우 본인의 강한 반발과 소명 때문에 한때 경고정도로 하향조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기관의 자료에서 88,89년 투기지역 땅매입 사실이 새로 발견돼 결국 6개월 당원권 정지로 최종 낙착됐다. 「수명 당원권 정지」가 기정사실화 돼있던 상황에서 해당자가 한명도 없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안게될 부담을 고려한 일종의 「머리수 채우기용」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정권기간이 6개월이 된 것은 내년 4월께의 정기 지구당 개편시 김 의원의 지구당 위원장직 복귀를 배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 비공개 경고대상자 5명중 정호용의원은 TK정서 등 정치적 이유로 일찌감치 이 부류로 점찍어졌었다. 김영광 남평우 윤태균의원 등은 재산공개 내용에 비춰 어떤 형태로든 「화」를 입으리라는 예상이었다.
이와 달리 이현수의원은 실무대책위가 이번 징계에서 내놓은 「히든 카드」. 황 총장이 전날 『언론에서 그동안 거론하지 않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 내일 발표에 들어있을 것』이라고 말했던게 이 의원을 지칭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윤길중 전 국회부의장의 사위인 이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헬스클럽을 다녔던 인연으로 의원배지를 달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주변에서는 『이 의원과 김동권의원이 모두 지난 정권에서 유달리 노 전 대통령측과 가까운 사이로 비쳐졌던 사실이 「재앙」을 불러들인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징계가 이미 결판났음에도 대상자들은 구명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이학원의원측에서는 이날 새벽 이 의원의 아들이 백 기조실장 집을 찾아가 해명서를 보여주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무위. 김동권의원은 상오에 당사로 황 총장을 방문,『내가 남처럼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징계를 당해야 하느냐』며 격하게 항의했다. 황 총장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김 의원은 『줄이 없어서 당하게 됐다』며 「무선유죄」론을 펴기도 했다.
징계가 확정된 의원들은 한결같이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비공개 경고대상 의원들은 명단이 모두 새나간 점을 문제 삼았다. 정호용의원측은 『이미 얻어맞을 각오가 돼있었던 만큼 담담하다』고 말했다. 이현수의원측은 『당에서 소명기회도 주지 않았었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실무 대책기구의 당직자들도 할 말이 많은듯 했다. 황 총장은 『억울하다고만 하면 다 봐줘야 하느냐』면서 『내가 더 괴롭다』고 토로했다. 조 부총장은 『우리가 대상을 일부러 늘리려고야 했겠느냐』며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이는게 총재와 당을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