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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김빼는 탈법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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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김빼는 탈법들(사설)

입력
199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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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가 실시된지 한달이 넘고 있는데도 차·가명 등 비실명계좌들의 실명화율이 극히 저조하다. 가명계좌의 경우 지난 8월 현재 실명전환율이 계좌기준 19.3%,금액기준 35.9%에 지나지 않았다. 한편 가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는 차명은 계좌 설정자 자신이 신고를 하지 않는한 추계조사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명계좌는 실명의무기간이 끝나는 10월12일까지 가봐야 실명률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차명계좌는 금융자산 소득에 대한 종합과세가 가능해지는 오는 96년이후에나 가서야 밝혀지게 되므로 사실상 실명화 의무기간이 끝나도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하다.이번 금융실명제는 전격 실시에 따른 준비작업의 미비로 원래부터 중요한 제도적 허점을 지니고 있는데 사채업자들 사이에는 이미 이런 취약점들이 금융실명제 탈출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탈출구가 실명제 그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대탈출구로 커지기전에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겠다.

대표적인 불법적 사례가 실명대여다. 가명이나 미성년자 명의의 예금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예금액의 5∼8%를 수수료로 받는다는 것이다.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명의대여는 서울 명동과 강남 일대의 사채중개업자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는데 수수료는 1억원당 5백만원내지 8백만원이며 10억원이 넘는 계좌는 수수료가 예금액의 10%나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채업자들은 대명리시트까지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값비싼 수수료를 지불하려는 고객들은 실명이 드러나는 경우 명예나 금전상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는 전·현직 고위공직자나 기업비자금 관리자들 또는 큰손의 전주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세금추적을 당하는 경우에 대비해서 이면계약까지 체결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보편적인 사례는 「어음박치기」 「기업차명계좌 이용」들이다. 「어음박치기」는 장기어음을 단기어음으로 바꿔치기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예를들면 기업이 6개월짜리 어음을 갖고와 할인을 요청하면 만기가 1주일이내로 다가온 같은 금액의 어음으로 바꿔주고 대신 현행 이자율 상당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사채중개상들은 기업의 실명계좌를 사실상 임대,사채자금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전주 또는 사채업자들은 10억원 내지 2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을 매입,이를 사채놀이의 창구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도 한다.

「검은 돈」 가운데는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실명화를 회피하려는 돈이 있다. 이들이 바로 실명제 탈법의 조정자들이다. 금융실명제는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검은 돈」의 탈출구가 방치된다면 실명제는 실명제가 될 위험성이 있다. 실명제 탈법은 뿌리내리기전에 뿌리 뽑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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