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법원장·검찰총장 과제(법조 새시대: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법원장·검찰총장 과제(법조 새시대:중)

입력
1993.09.16 00:00
0 0

◎신뢰·위상정립 “최우선 지표”/사법부 독립·검찰 중립성 요구/지·학연 벗는 인사개혁도 시급개혁시대의 사법부와 검찰을 이끌 새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에게는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조직의 위기상황을 수습해야 할 단기적 과제와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진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는 장기적 과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새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이 사법부와 검찰의 거듭나기를 위해 해야할 역할과 책임은 바로 우리 사법부와 검찰의 미래를 결정짓는 좌표가 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투철한 사명감이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국민들은 이제 김덕주 대법원장과 박종철 검찰총장의 자진사퇴를 계기로 새로 임명될 사법부 수장과 검찰 총수에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각론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지만 새 대법원장과 검찰 총장이 검찰과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허영 연세대 법대 교수는 『정치권력에 굴복한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뼈아픈 반성을 통해 사법부와 검찰이 거듭나야만 국민들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새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은 외풍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과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명예롭게 옷을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특히 『헌법과 법률에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취지는 사법부와 검찰이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뜻』이라며 『두기관의 수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하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할 때 사법의 정치화,검찰의 도구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법부의 검찰의 새수장,총수는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인사개혁이 우선해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사법부와 검찰이 맞고 있는 위기의 상당부분이 파행적인 인사구조와 누적된 인사불만에 연유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도적 개혁에 앞선 인적 청산작업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개혁에 걸맞지 않는 인사,도덕성과 청렴성에서 문제가 있는 인사,능력보다는 학연·지역성에 기대온 인사들이 구시대적 잔재 청산차원에서 과감히 물갈이될 때 소신판결의 기초와 엄정한 검찰권 행사의 토대가 다져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변협의 공보이사 한기찬변호사는 『그동안 우리 법원에서는 소신있는 판결을 한 법관들은 재임용 등 과정에서 타락하고 정치권력에 영합해온 법관들은 출세가도를 달려왔다』며 『과거 정치판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법원 내부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것이 새 대법원장에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법관의 관료화와 계급화를 막기 위해 지법 배석판사에서 대법관까지 8단계에 이르는 법관 직급제도가 폐지 또는 축소돼야 한다는 법원 안팎의 요구를 과감히 수용하고 새로운 인사의 틀을 마련하는 것도 새 대법원장이 떠안아야 할 과제이다.

유현석변호사는 이에 대해 『대법원장에게 인사권한이 일임된 현행 제도하에서는 재판의 독립이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며 『법관 인사위원회 등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새로운 인사제도 정착의 틀을 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사관행의 탈바꿈은 검찰에도 절실한 과제이다. 특히 검찰은 다른 어떤 조직보다도 엄격한 상명하복체계를 통해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해온 만큼 사람에 대한 개혁없이는 국민의 검찰로서 거듭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새 검찰총장은 인사권자인 법무부장관과 협의,조만간 있게 될 인사에서부터 정치지향적 인사들에 대한 과감한 물갈이와 함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온 지역적 분파주의를 극복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이밖에 사법부 수장과 검찰총수의 손길을 기다리는 제도의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법관회의 활성화,법관임용 제도개선,전관예우의 병폐근절 등은 새 사법부 수장이 개혁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될 시급한 과제이다. 검찰의 경우도 공소권,상소권의 부당한 남용으로 인권존중에 역행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비난을 제도개혁을 통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또 우리 사법부와 검찰도 국제흐름에서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외국의 선진 재판제도를 연구하고 국제사법 공조체제를 강화하며 각종 행정을 현대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 대법원장과 검찰 총장이 해나가야 할 일은 헌법과 법률에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정권의 편,가진 자의 편에서가 아니라 국민의 편에서 다하려는 사법부와 검찰상을 가꾸어 가는 것이다.<김승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