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차명계좌 매도/교포포섭 돈찾아/영세민명의 인출/실명전환 겨우 23.6%/막판 「검은돈」 탈출 “촉각”『실명제 구멍을 막아라』
실명제의 허점을 이용해 자금을 불법 인출해가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됨에 따라 증권관계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재무부는 최근 증권감독원에 공문을 보내 가·차명계좌의 탈법실명전환 예상방법을 제시하고 변칙적인 실명전환방지대책을 수립토록 지시했다. 증권감독원도 각 증권사에 이같은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한편 금융실명거래 증권대책단(단장 이근수부원장)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탈법방지에 나섰다.
특히 재무부는 「금융실명제 저해행위에 대한 대비강화」란 공문에서 구체적인 예상탈법사례 3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재무부가 예시한 탈법사례는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아직까지 이같은 사례가 많이 적발되지는 않고 있으나 증권계에 가·차명계좌가 유난히 많은 만큼 대량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증권계에서는 가·차명계좌의 주인들이 여러가지 탈법수법을 동원,「검은돈」을 서서히 빼돌리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재무부가 적시한 첫째 방법은 가·차명계좌를 거래하는 수법. 신분노출을 꺼리는 계좌주인이 사채업자 등에게 계좌소유권을 헐값에 팔아치워 버리는 방법이다. 구입한 사채업자는 이를 사업자등록은 되어 있으면서도 영업활동을 중단한 「휴면법인」이나 사실상 「유령회사」인 「위장법인」 이름으로 실명전환 한뒤 돈을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인명의의 거래는 국세청 통보대상이 아닌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모증권사 직원은 『계좌소유주는 신분노출이나 자금추적을 피하려는 공직자가족 졸부 등으로 추정되는데 5%에서 20%선의 할인율을 적용해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해외국민」(교포)을 활용하는 방법. 교포를 「포섭」해 교포명의로 돈을 찾는 것이다. 물론 실명을 빌려 준 교포는 인출 즉시 사례를 받고 출국한다. 이 수법은 교포 친인척이나 교포와 거래관계가 있는 사람도 활용할 수 있겠지만 치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한 만큼 거액의 가·차명계좌 인출에 활용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는 영세민을 실명계좌주로 내세우는 방법. 영세민의 이름으로 돈을 인출하는 것이다. 세무당국이 자금추적에 나서도 영세민은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데다 실제 계좌주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차명대가는 인출액의 5∼10%정도인 것 같다고 밝혔다.
증권감독원 관게자는 『아직까지 이같은 불법사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차명계좌의 실명전환 의무기간(10월12일까지) 막바지에 빈발할 가능성이 있어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감독원은 지난달 법인명의계좌 등으로 실명전환 사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법인명의 전환시 반드시 사업자등록증 원본과 전환신청 내역을 확인할 것을 각 증권사에 지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노인들의 이름으로 자금을 인출하는 수법,주식실물인출이 국세청 통보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활용한 「주권인출」 방법,양도성예금증서(CD) 등 무기명 채권을 소득입증이 가능한 친지의 명의로 원금을 찾거나 아예 헐값에 파는 방법 등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증권사 직원들은 『가·차명계좌의 실명화 전환이 너무 저조하다. 「실명제 그물」을 빠져나가기 위해 뭔가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가·차명계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현재 실명확인을 했거나 가·차명을 실명으로 전환한 계좌는 1백10만5백47개로 전체 4백66만3천1백15개 계좌의 23.6%에 지나지 않고 있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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