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분쟁의 출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문닫은 약국들로 당장 국민들만 발을 구른다. 이런 어수선함 속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보사부 원안대로 입법예고됐다.집단이기주의를 결코 용납치않고,확정된 정부정책이 이익집단의 행동에 밀려 뒤바꾸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게 최근 선언된 정부방침이다. 이번 원안 그대로의 입법예고도 그런 통치권의 의지와 방침에 따른 것이어서 자못 자세가 굳어있다.
예고 하루전날 전국 약사들에 의한 여의도 대규모 항의집회와 약국철시가 오히려 정부자세를 강력하게 만든 감도 없지않다. 한의사측도 한의대생 집단유급 사태라는 유례없는 불상사로 이미 배수의 진을 쳤듯 보사부안에 대한 반대투쟁을 늦추지 않고있다.
이처럼 정부도 원안관철에 강경하고 약사나 한의사들도 여전히 반대투쟁의 전이만을 불태우고 있으니 입법예고실을 빼고는 여태껏 무엇하나 달라진게 없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다 약국 휴·폐업 사전신고제와 보사장관·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개시 명령권이라는 「비장의 무기」마저 신설해 둔 형편이다.
일이 왜 이렇게 꼬여만 왔는지는 우리가 이미 여러번 지적한 바이다. 이익단체들의 압력에 흔들려 확고한 의약행정과 국민보건의 백년대계를 소홀히 해온 보사당국의 무책과 무능이 있었고,그 틈속에서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쳤던 것이다.
우리가 강경한 입법예고를 보며 더욱 걱정스러워하는 것은 예고된 정부안이 앞으로 통과는 되겠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불씨가 쉽사리 꺼지겠느냐는 것이다. 그렇지못할 경우 후유증이 엄청나 앞으로도 걸핏하면 집단행동과 불법사태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국민들만 고통을 받게된다.
최근의 사태를 보며 특히 아쉽게 여겨지는 것은 정부가 모처럼 확고한 방침을 천명했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엄정한 령을 세우는데에는 이르지 못한 사실이다. 끝내 약사들의 대규모 집회나 철시와 같은 극단행동을 막지 못했고,한·약 양측을 진진한 협상테이블로 모으지도 못했던 것이다.
약사나 한의사들의 주장과 자세가 극단으로만 흘러 현실감각을 잃고있는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가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시간은 눈앞에 다가왔는데 입법예고때까지의 기간을 활용하지 못했고,국민의 정서와도 차츰 멀어만 가고있다. 조금만 생각하면 대안없는 극한투쟁 끝에 법의 이름으로 무조건 강제당하는 것 보다는 국회 통과때까지의 과정과 시간을 차라리 협상과 양보로 활용하는게 효과적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도 일방적 입법예고만으로 할 일이 끝난게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두 단체를 설복시킬 수 있는 능력부터 국민앞에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분쟁이 제대로 해결돼 국민들도 마음을 놓을 수 있고,앞으로의 보사행정도 자리잡혀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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