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경제의 침묵/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경제의 침묵/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9.15 00:00
0 0

신경제가 요즘 금융실명제에 묻혀 잠적된 것 같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기 직전까지만해도 금융개편 계획에서부터 신농정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국민앞에 펼쳐졌던 신경제 5개년 계획의 청사진이 이제는 잊혀진 것 같다. 신문·방송 등 뉴스매디아가 금융실명제,고위공직자 재산등록 등 초메가톤급 뉴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불가피한 것 같다. 금융실명제,고위공직자 재산등록 모두가 「깨끗한 사회」를 위해 성사돼야 하는 현안이다. 역대 정권에서 파장이 두려워 미뤄왔던 숙제들이다.그 충격이 대단함을 우리들 자신이 체험하고 있다. 금융실명제는 다 알다시피 차명·가명의 금융계좌를 실명화하는 것이나 그 파급영향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에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 자신이 함축된 의미를 명료하게 말하고 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고는 이 땅의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고 분배정의와 사회도덕성을 확립할 수 없다』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에서도 그의 개혁의지의 강도가 강하게 전달된다.

『재산이 많다는 것이 매도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재산형성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개혁차원에서 조치가 돼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김덕주 대법원장과 박종철 검찰총장이 임기가 남았는데도 『자의적』으로나마 사퇴하지 않으면 안됐던 것은 김 대통령과 국민정서의 향방을 말해주는 것이다. 박준규 전 국회의장은 제1차 재산공개에서 사퇴했던 만큼 결국 재산공개가 입법·사법부 수장들의 수급을 떨어뜨린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재산공개 그 자체가 아니라 재산공개에서 드러난 국민이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투기의혹의 재산취득이 화근이 된 것이다. 엄청난 결과가 이미 일어난 것이다. 정부의 각급 윤리위원회가 등록된 재산을 실시하고 있어 투기혐의가 있는 고위공직자들은 바늘방석위에 앉아 있다. 이처럼 금융실명제와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실사문제가 현 시점에서 최대의 현안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온통 이 두 문제에만 몰입돼서는 곤란하다. 행정,입법,사법 등 정부 3부 특히 행정부,사법부가 윤리위의 실사결과에 따라 대폭적인 조직개편이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이미 비어있는 고위공직자만으로도 세대교체급의 대인사가 예견된다. 고위공직자들이 일보다는 인사에 전전긍긍하거나 정신이 팔리기 쉽게 돼있다. 국정이 표류할 수 있는 것이다. 속빈강정이 되기 쉽다. 특히 경제지표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 금융실명제와 고위공직자 재산등록도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결국은 우리 경제를 선진화하자는데 있다.

경제체제를 합리화하고 정상화함으로써 경제의 효율과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사정과 경제를 동전의 앞뒷면으로 본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간의 문제가 있다. 또한 과거의 파행이 교정되는 과정에서 금단현상의 고통이 따른다. 금융실명제 하나만해도 이제 실시된지 불과 한달밖에 되지 않았고 초기단계의 정착여부도 첫 충격은 극복됐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경제기획원,재무부 등 관련부서들이 여기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는 접근방식이 단세포적이고 근시안적이다. 금융실명제 그 자체가 전부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것도 지금은 원초적인 부작용 예방 등 초보적 보완차원에서만 머물고 있다. 보다 대담하고 적극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신경제와 금융실명제를 접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들면 실명제가 실시되자마자 사채시장이 극도로 위축,영세 개인업자 및 영세기업 등의 타격이 큼에 따라 긴급 지원하고 있으나 은행창구의 담보요구 관행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서민금융 강화 등 금융개혁 차원에서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실명제도 신경제의 주요개혁 계획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