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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잇단 집단행동 진통/교육민주화 엉뚱한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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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잇단 집단행동 진통/교육민주화 엉뚱한 부작용

입력
1993.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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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 자율화·보충수업 폐지요구/“목소리 크면 능사”풍조 학교까지교육민주화로 중고생들의 학교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면서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잇달라 일선학교가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부유한 환경에 교외활동이 다양한 서울 8학군지역 여고에서 단체행동이 잦다.

서울 강남의 J여고 전교생 2천2백여명은 지난 8일 하오 2시께 교내 운동장에서 시험일정 변경과 두발자율화 등을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중간고사가 추석 전후로 나뉘어 실시되기 때문에 시험공부 부담이 너무 크다』며 시험일정을 추석 후로 연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설득에 나선 학교측은 학생대표들을 교장실로 불러 교내방송을 통해 전교생에게 중계되는 「협상」을 진행,두발자율화를 보류하는 대신 시험을 추석 후에 치르기로하는 조건으로 농성을 풀게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한달여전부터 두발규제 폐지를 위한 전교생 서명운동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학교측이 요구사항을 계속 외면할 경우 또 다시 집단행동을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3일에는 역시 강남의 C여고에서 비슷한 시위가 있었다. 중간고사를 치르고 일찍 하교한 3학년생들을 제의한 1,2학년생 1천4백여명이 상호 11시께부터 수업을 거부한채 강당에 모여 두발자율화와 보충수업 페지 등을 요구하며 4시간여동안 농성을 벌인 것이다.

학생들은 4교시 수업직전 일제히 강당으로 몰려가 『학교측이 학생들의 의견엔 아랑곳없이 머리길이를 귀밑 5㎝이하로 제한하는 구시대적인 「단발령」을 고집,자율화에 역행하고 있다』며 두발단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방과 전후에 강제로 실시하는 자율학습 및 보충학습도 폐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학생주임 등 간부교사들은 강당에서 학생들과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두발규제를 완화하되 파마,염색 등은 절대 삼가고 교복착용시 뒷머리를 묶을 것 등의 「타협안」을 내놓아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또 강남의 모중학에서는 『운동장 조회시간에 학생들을 뙤약볕 아래 세워놓고 교사들은 그늘에 있는 것은 부당하다』 『일부 교사의 수업방식이 잘못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서울시 교육청은 14일 각급학교에서 긴급공문을 발송,『학생들과 수시로 대화를 갖고 학생들의 요구중 타당한 것은 수용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하는 등 생활지도를 강화하라』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들이 마치 요즘의 한·약분쟁에서처럼 목소리만 크면 능사인줄로 착각,단체행동이라는 힘의 논리에 의존하려 한다』고 걱정하면서 입시위주 교육때문에 민주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에 익숙지 못한 학생들이 이익관철을 위해 집단행동을 벌이는 어른들을 모방해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다.<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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