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에 이은 재산공개의 충격으로 세계가 달라지고 있음이 완연하다. 실명제로 겁을 먹은 탓인가,큰 돈은 좀체로 움직이지 않는다. 흐르지를 않고 괴어있는 꼴이다. 금융기관에서 빠져나온 돈은 금고로 들어간다. 그런가하면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나서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돈이 불안의 화근이 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나 세태는 그렇지가 않다.세상일은 말이 앞설때가 흔하다. 재산이 밝혀지거나 목돈을 집에 두면 위험하리라는 수근거림이 없지 않았다. 한두건의 실례에 불과하나 그 위험이 현실로 나타났다. 변호사 중에 재산가가 많다는 소문탓인가,도둑이 변호사 집만 골라 털었다. 현금이 많으리라는 짐작으로 침입했을 것이 뻔하다.
도둑의 수법 또한 세태를 반영한다. 세무조사를 하러 왔다는 핑계를 둘러댔다는 것이다. 참으로 가증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섬뜩하다. 실명제나 재산공개가 도둑의 미끼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불안감부터 차단함이 시급하다.
사소한 도둑을 과장하고 확대해석할 필요나 이유는 없다. 도난사고는 치안차원에서 다룰 일이지,변화와 제도에 연관시킴은 어리석기만 하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실명제와 재산공개의 본뜻을 재음미해야 한다. 지금의 불안을 제도개혁에만 전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먼저 치부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 긴요하다. 떳떳하게 번 돈을 두려워 하거나 숨길 까닭이 없다. 오히려 내놓고 밝히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 맡겨 증식을 꾀함이 옳다. 형성과정이 정당한 재산은 보호받아 마땅하다. 이재의 보호는 사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부의 형성도 중요하지만,이에 못잖게 그 처리가 현명함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부는 음성적인 축적보다 공익에 투자함이 더욱 가치를 높인다. 이것이 천민자본주의에서 복지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재산은 양의 증식만을 벗어나 유용한 복지를 창조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부의 개념이 변화하지 않으면 재화는 불안과 긴장,갈등의 요인으로 전락하고만다. 특히 공익에 간여하는 직업인이 분발하여 종래의 오명을 씻고 선망이 대상으로 자리매김을 높여주어야 한다.
속된 표현으로 돈은 쓰기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약이 될 재산은 도둑이 노리지 못한다. 탐욕으로 쌓은 재산은 언제나 걱정거리가 된다. 실명제와 재산공개가 부의 개념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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