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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싱가포르의 차이/최해운 싱가포르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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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싱가포르의 차이/최해운 싱가포르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3.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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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신문들은 한국의 공직자 재산공개 파문을 연일 자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한국을 경쟁 내지 비교대상으로 여기고 있어서인지 대체로 한국사회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보도성향을 보여온 싱가포르 언론으로서는 호재를 만난듯하다.그래서 요즘 싱가포르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한국의 개혁이야기가 나온다. 며칠전 대화도중 한 싱가포르인의 질문은 한국인들의 말문을 막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는 공직자가 불법으로 엄청난 축재를 해도 자리에서 물러나기만 하면 그만인가요』

현지 신문에 「한국 대법원장 불법(ILLEGAL) 땅투기 사실이 밝혀진후 사퇴」란 제목으로 난 기사를 보고 하는 말이다. 현지 신문에는 김덕주 대법원장이 불법투기를 해 물러난 것으로 보도됐다.

청렴하기로 정평난 싱가포르 공직사회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돈 1달러라도 부정한 축재에는 부패방지법에 의한 가차없는 처벌이 따른다. 이같은 상황에 비춰볼때 이 싱가포르인이 갖는 의문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기자는 심한 논리의 혼란에 빠졌다. 국내에서는 김 전 대법원장이 많은 투기성 부동산을 소유해 문제가 되자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가 불법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도 않았고 그 혐의를 수사한다는 얘기도 없다. 사퇴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축재의 불법성을 가려내야 한다는 시각이나 가려내려는 시도가 전혀 없는 것 같다. 공직자의 축재에 대해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데 주저하면서 모두 어물쩍 넘기려하고 있다. 더구나 그 장본인이 모든 것을 법으로만 말한다는 법관들의 수장인데도 말이다.

싱가포르인에게 『우리나라 대법원장이 투기는 했을지언정 불법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았는데도 물러났다』고 말한다면 과연 이해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사회는 이 싱가포르인의 질문에 명확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개혁은 법의 공평한 적용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상식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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