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의사­의료자재상 「검은돈 관행」 확인/정형외과 전문의 31명 적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의사­의료자재상 「검은돈 관행」 확인/정형외과 전문의 31명 적발

입력
1993.09.15 00:00
0 0

◎휴가·골프비용 제공은 당연시/해외여행 경비도 업자에 뜯어인술이라는 명분아래 관행으로 묵인돼 오던 의료계의 비리가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14일 경찰청 수사2과가 수입 인공관절 구매를 빌미로 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국 25개 유명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31명을 적발한 것은 수사내용상 「봐주기식」 한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비리의 단면을 파헤친 성과로 평가된다.

의료계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오가는 검은 돈은 의사와 제약회사·의료자재 수입업자들만의 차원을 넘어서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골드메디칼 등 의료자재 수입업자들은 전액면세의 혜택까지 받는 세트당 78만∼1백50만원인 수입인공관절을 1백20만∼3백60만원씩 2∼3배의 고가로 유명 정형외과 전문의들에게 납품하면서 지난 한해에만 55억여원의 차액을 챙겼다. 이들은 반대급부로 의사들에게 1억8천여만원의 떡고물을 뿌렸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의사들은 한사람당 적게는 68만원에서 많게는 5천1백50만원을 구매사례비,연구비,학회참가비 등의 명목으로 받았다. 개중에는 휴가비는 물론 골프비의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의사,학회참가라는 명분으로 부부동반 해외여행 티겟을 받은 이들까지 있다.

8월 서울경찰청이 의약품 납품대가로 기부금,임상연구비 등 명목으로 속칭 「랜딩비」 「리베이트」 3백6억여원을 받은 연세대 등 서울시내 9개 대학부속병원의 대표 등과 돈을 준 10개 제약회사 관계자 등 36명을 무더기로 입건할 당시는 『공익사업인 병원운영의 재원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에서 비롯된 관행』이라는 변명이 그나마 나올 수 있었으나 이번 사건을 개인차원의 비리로 발뺌의 여지가 없다.

입건된 의사들 대부분은 8월26일이후 계속된 경찰의 불구속수사 과정에서 『학회참가 항공료 등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업자들의 비밀장부에서 2천6백여만원의 항공료 명목으로 드러났고 나머지 1억6천여만원은 구매사례비로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중에는 국내 척추교정술의 1인자로 알려진 의사 등 이 분야의 내로라하는 이들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경찰은 사건수사 과정에서 5일까지 9일간 서울에서 열린 세계정형학회 학술세미나의 원만한 진행을 이유로 해외참가자들이 출국할 때까지 수사를 지연하는가 하면,이들 의사들의 각계를 통한 로비에 밀려 전원을 불구속함으로써 「봐주기식 수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경찰의 불구속사유는 『이들이 정형외과 의료기술의 권위자로 공로가 큰데다 후진양성에도 차질이 있다』는 것으로 「윗물이 맑아야…」하는 국민정서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의약품 납품비리 수사와 서울지검이 2일 전공의 선발과정에서 억대를 받은 유홍균 고려대 안암병원장을 구속한데 이은 이번 수사결과는 의료계 비리의 한 본보기로 경각심을 주고 있지만,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의료인들의 의식변화가 비리척결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서울 15개,지방 8개 등 관련의사들이 소속된 병원들은 개인비리에 병원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억지주장을 하기도 해 수사관계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는 후문이다.<하종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