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소신·도덕성 “제일의 덕목”/행정·입법부 견제 능력필요/대법원장/정치권력에 초연한 신념파/검찰총장법조계가 달라진다. 대법원장 검찰총장의 자진사퇴는 사법부 검찰은 물론 재야 법조계에까지 폭넓은 개혁과 변화의 파장을 몰고 왔다. 이제 법조삼륜은 양심의 최후 보루,국가권력의 공정한 집행자,인권의 파수꾼으로 각기 제구실을 다하게 될 것인가. 새로운 상황을 맞은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 문민시대,세계화시대의 법조계 과제와 개혁전망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김덕주 대법원장과 박종철 검찰총장의 사퇴로 사법부와 검찰,나아가 변호사계 등 이른바 법조 3륜은 전례없는 개혁의 파고에 휩쓸리고 있다.
김 대법원장과 박 총장의 퇴진이 단지 한시대 사법부와 검찰을 이끌었던 수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서는 자리바뀜의 의미로는 해석될 수는 없다.
법과 양심을 지키지 못했던 사법부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해온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과 새로운 위상정립에의 기대가 이들의 사퇴에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 법조계의 개혁과 물갈이는 당위를 넘어 새시대의 요청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어떤 인물이 사법부와 검찰을 이끌어야 하는가.
시대변화에 걸맞는 대법원장상과 검찰 총장상을 새롭게 매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법조계의 미래와 참모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국민적 합의가 절실하다 하겠다.
국민들은 사법부와 검찰이 정치권력에 의해 뒤틀리고 왜곡된 지난날의 구태를 벗고 「의연한 사법부」 「정의로운 검찰」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인선의 가치척도도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청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선 외부로부터 강제된 권위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국민의 편에서 법과 양심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새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의 최우선 척도로 꼽히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날의 우리 법원은 군사정권의 강요된 틀속에서 인권과 국민기본권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오지 못해왔다.
헌법의 존엄한 수호자로 일컬어지는 대법원장은 삼권분립하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상기시킴으로써 사법권의 독립을 확보하기보다는 통치권과 행정부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정권순응 논리속에서 권력의 요구에 법관의 양심을 맡긴 정치판사가 양산됨으로써 사법부가 국민들에게는 권력의 시녀로,「사법부」로 전락하는 굴절을 겪어왔던 것이다.
대한변협 인권위원장을 지냈던 유현석변호사도 『사법부의 개혁은 법과 양심을 지키지 못했던 지난날에 대한 뼈저린 반성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사법부가 다시는 강요의 논리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방패막이의 역할이 새 대법원장에게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혁시대의 새 대법원장상이 단순히 외풍의 차단막으로서만 그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김철수 서울대 교수(60)는 『새시대의 대법원장은 3권 분립하에서 최고기관장으로서 행정부나 입법부를 견제하고 입헌주의와 법치주의를 확고히 보장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한 견제자로서의 역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군사정권하에서 사법부에 정치권력의 요구에 저항할 것이 요구됐던 만큼이나 개혁시대의 사법부는 통치권의 각종 개혁조치들이 과연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것인가를 감시해야할 사명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법률과 원칙에 충실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는데 앞장설 수 있는 인물이 새 대법원장에 임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새 검찰총장도 검찰을 권력의 집행자 정도로 여기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는 인물일 것이 우선 요구된다.
과거 검찰총장이 상당부분 권력의 요구를 수용,집행하는 상명하복체제에 안주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새 검찰총장은 뼈아픈 과거에 대한 자성을 담아내 개혁의 울타리로 밀어넣을 수 있도록 독립성과 소신을 제일의 덕목으로 삼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요청이다.
한승헌변호사는 『검찰이 지금까지 국민들로부터 본분에서 이탈했다는 비난을 받은 것은 제도상의 맹점보다는 정치권력에 스스로를 종속해왔기 때문』이라며 『새 검찰총장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초연할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을 스스로 모범이 돼 검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또 학연과 지연에 얽힌 인사의 난맥상이 검찰조직을 좀먹고 있음을 지적,『과감한 인사개혁을 통해 지난 시절의 구습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법부와 검찰이 재산공개 파문 및 슬롯머신 수사 등으로 도덕성 상실의 위기에 부딪치고 있는 만큼 자신에 대한 엄정함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 법원과 검찰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 최소한의 가치기준이라는 견해이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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