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골란고원 반환시사/시리아·요르단과도 “악수”전망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13일 역사적인 팔레스타인 1단계 자치안에 조인함으로써 45년간의 적대를 청산하고 공존의 첫 발을 내디뎠다.
양측이 이번에 서명한 중동평화안은 이스라엘과 PLO간이 쌍무적 성격을 띠고있지만 크게는 앞으로 아랍진영 전체와 이스라엘간의 관계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지대하다.
이미 시리아와 요르단,레바논 등 주변 아랍국은 그간 이스라엘과의 중동협상에서 장외부담 요인으로 작용해온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자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제한적 자치인정을 계기로 67년 이후 강점해온 골란고원의 반환의사를 재차 시사하고 있어 시리아와의 관계개선 전망도 밝다. 요르단도 빠르면 14일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자치가 실시될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예리코시는 향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나아가 중동지역의 공동번영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동평화의 실험무대」가 됐다.
이번 자치안의 골자는 이스라엘이 67년 중동전때 강점한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 예리코시에 향후 5년간 한시적인 팔레스타인의 자치실시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보건·교육·복지·관광 및 문화 등 5개 행정분야에서만 자치권을 가지며 역내치안을 담당한다.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 관한 외교 및 포괄적인 국방권을 계속 행사하게 돼있다.
하지만 자치안의 대강적인 합의에 급급했던 양측은 구체적인 시행령을 마련하지 못한채 얼버무렸기 때문에 마찰의 소지가 크다. 즉 ▲예리코 자치경계선이 불분명하고 ▲서로 떨어져있는 가자예리코간의 통행절차가 규정돼있지 않고 ▲자치지구내에서의 통화사용 및 어로구획권이 불분명하며 ▲전기 수도 항만정비 등 사회기반시설 활용 및 확충 등에 관한 규정도 모호하다.
이러한 난제에도 불구하고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이 상호승인과 자치안 서명을 서두른 까닭은 더 이상 중동을 분쟁지역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면적 2만㎢,인구 5백만의 소국,이스라엘은 국가예산의 20%가 넘는 연 70억달러 상당의 국방비를 지출해왔다. 그 덕분에 압도적으로 우세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과의 유혈분쟁에 끊임없이 휘말려 온 이스라엘은 냉전종식과 걸프전으로 조성된 중동의 질서재편기를 틈타 소위 「땅과 평화의 교환」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선진산업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은 장기적으로 평화구도가 정착될 경우 아랍진영의 오일달러와 큰 시장을 활용한 경제적 부흥을 염두에 두고있음이 틀림없다.
독립국가 건설을 갈구해온 PLO도 비참한 유랑생활을 끝낼 돌파구가 필요했다. 아라파트는 당초 PLO가 추구해온 「전면적인」 자치안을 일단 접어두고 「가자·예리코」지역에서의 제한자치안을 수용함으로써 심각한 재정난과 하마스 등 과격파의 득세로 내분에 휩싸인 PLO의 국면전환을 노렸다.
팔레스타인 자치가 실질적인 중동평화로 직결될지는 속단키 힘들다. 라빈 정권이나 아라파트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라빈의 경우 집권 노동당 좌파연정은 크네셋(의회) 재적의석 1백20석중 62석으로 간신히 여당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PLO의 경우,8개 정파중 중동평화를 지지하는 세력이 3개 정파에 불과하다. 특히 아라파트를 암살하고 내란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는 극렬세력의 움직임을 잠재우지 못하는 경우 팔레스타인 민족간의 유혈내전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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