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정국주도권 제동에 지나친 집착정기국회가 파행 3일을 넘기면서 계속 뒤뚱거리고 있다. 13일 상오만 해도 정상화의 온기가 있는 것 같더니 하오들어 다시 냉기에 싸이는 등 어지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상오의 온기는 민주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고리삼던 원내전략을 철회했던데서 비롯됐다. 반면 하오의 냉기는 민자당의 강경자세로 빚어진 형국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정국주도권을 염두에 둔 여야의 힘겨루기가 짙게 깔려있다. 이와함께 전직대통령이 증언문제를 김영삼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연계시켰던 민주당의 당초 원내전략이 여야의 심한 감정대립으로까지 이어진 측면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사일정의 연계를 풀고 나섰으나 대신 전직대통령 증언문제 등의 쟁점을 계속 논의하자는 제안은 민자당에 의해 일축당하고 말았다.
민주당은 기존 입장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국회 공전의 부담에서 탈피해보려했으나 수정된 원내전략은 빗나가버렸다. 그리고 대통령 시정연설 취소와 국회파행을 둘러싼 책임논쟁에서 부담을 갖게된 처지가 됐다.
민주당은 13일 『이번 정기국회의 중요성에 비춰볼때 국회가 계속 파행상태에 있도록 할 수는 없다』며 『이유가 어떻든 국회공전은 애당초 우리가 원하는 사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설명이 어떻든 민주당의 당초 의도에 부분적인 국회파행이 포함돼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파행의 책임문제 논쟁에서 불리하게 된 상황을 뒤늦게 깨닫게 된 눈치이다. 또한 이같은 상황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흔적도 발견된다. 민주당은 국정조사가 마무리되기 직전 이기택대표의 기자회견에서 국회운영의 파행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반면 이날 민주당이 잇단 회의를 거친끝에 내놓은 논리는 어느때도 의사일정 연계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데 주력하는 인상이었다.
국회파행의 언저리에서 민주당의 정치역량에 대한 한계가 새삼 지적되는 것은 이같은 장면들과 무관치않다. 물론 민주당이 청와대의 일방적인 정국주도에 제동을 걸어보겠다는 측면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직대통령 증언과 국정조사 기간연장에 대한 민주당의 집착강도를 고려하면 민주당 지도부의 원내전략 구사는 매우 서툴렀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근본적으로 구심점이 없는 민주당의 지도력부재 문제가 새삼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와 연이은 정기국회무대를 통해 가장 신경을 썼던 대목은 YS주도의 정국을 마냥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어떻게 해서든 정국의 주도권을 야당이 잡아야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최근들어 금융실명제 실시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계기로 청와대측이 정국의 추를 틀어잡고 있다는 판단은 민주당의 강박관념을 더욱 재촉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민주당은 청와대 주도의 국회 운영방식에 제동을 거는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를 전직대통령의 국회증언 등 당초 요구내용의 당위성과 연결시켜 계속 유지하는데는 역부족의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이 날의 총무회담이 다시 결렬됨으로써 여야간의 신경전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와관련,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여공세의 고리로 삼는 것은 불가피했다 해도 이에대한 대국민 설득노력과 그럴수밖에 없는 논리적 타당성을 입증시켜가는 과정은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날 전직 대통령 증언문제보다는 국정조사 기간연장에 대한 논의를 앞세워 유연한 태도를 보였으나 이는 민주당의 행보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양상으로 비칠뿐이었다. 이를 두고 한 핵심관계자는 『애당초 새 정부의 첫 정기국회에서 대통령연설을 지나치게 고리로 삼은 것부터가 잘못』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자칫 명분과 실리 양면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이다.<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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