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치안 조인… 들뜬 분위기/“점령지 주민서 이젠 자유시민” 가슴설레/관광지개발 소문에 땅값 2배나 상승도「독립전야」. 13일 워싱턴에서 있을 자치안 조인식을 하루 앞두고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점령지 예리코시는 세계언론의 각광속에서 새삼 벅찬 설렘에 잠겨 있다.
예리코는 예루살렘에서 북동쪽으로 40㎞ 떨어진 인구 9천여명의 작은 도시.
해발 마이너스 3백m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도시로 꼽히는 이 마을을 내려다보는 자그마한 언덕이 있다. 예수가 기도를 하다 사탄의 유혹을 받았다는 「묵상의 동산」이다. 마을 동쪽 끝에서 6㎞ 정도를 더 가면 요르단강을 동서로 잇는 알렌비 다리가 나타난다. 그 너머가 요르단이다. 다리앞 검문소에는 이쪽으로 건너오려는 자동차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여호수아의 여리고성 공략」 「안토니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선사한 도시」로 역사에 기록된 이 소도시가 다시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실로 몇천년만의 일이다.
예루살렘을 떠나 예리코에 가까워지자 길 양쪽에 유태인 정착촌이 눈에 들어온다. 67년 이전까지도 수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모여 북적거리던 곳인데 지금은 한적한 현대식 유태인단지로 변했다.
예리코 초입에 들어서자 길 왼쪽으로 큼직한 현대식 건물이 부조화를 이루며 서 있다. 이스라엘 주둔군의 병영이다. 바로 앞 초소를 지키는 군인들은 예리코에서 예루살렘쪽으로 건너오는 차량들만 검문한다.
차도를 사이에 두고 병영 바로 앞에 「다한」이라는 식당이 있다. 셰이크 다한이란 팔레스타인 노인과 그의 두아들이 경영을 한다.
저녁시간인데도 1백여개의 좌석은 텅 비어 있다. 평화합의에 따라 자치가 시작되고 환경이 바뀌면 장사가 좀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예리코의 역사유적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PLO의 합의에 대한 의견을 품자 『우리도 이제는 자유로운 시민으로 살고 싶다』며 지지를 표시했다.
예리코에서 만나본 사람들은 대체로 아라파트를 지지하고 평화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게 질문을 해보면 상황인식의 혼란이 바로 드러난다.
요르단강 서안의 다른지역과 마찬가지로 67년까지 예리코는 요르단 땅이었다. 이곳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요르단 국민이었음은 물론이다. 이스라엘이 점령한뒤에도 이 지역은 요르단과 밀접한 관게를 이어왔다. 알렌비 다리를 통해 양쪽을 오가는 사람만도 매일 2천∼3천명에 이른다.
예리코 주민들은 평화합의로 도대체 어떤 변화가 오는 것인지 아직은 얼떨떨해 하고 있다. 아라파트와 PLO 본부가 왜 손바닥만 한 이 마을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지,앞으로 자신들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국민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처럼 요르단 국민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모든게 의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아라파트를 지지해왔다. 아라파트가 온다면 열광적으로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왜 예루살렘이 아닌 이곳에 터를 잡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부 모하메드라는 40대 팔레스타인 남자는 의문을 숨기지 않는다.
『5년전까지만해도 장사가 괜찮았다. 그러나 인티파타가 시작된 후로 손해가 말이 아니다. 이제 아라파트가 인티파타의 종식을 선언했으니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평화는 좋은 것 아니냐』며 5백여석의 큰 식당을 경영하는 알 아람은 텅빈 식당안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다 평화를 원한다. 가자지구의 사람들과는 다르다. 여기 주민들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해한다. 열광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예리코 주민들을 들뜨게 하는 루머는 여러가지가 있다. 아라파트의 거처로 쓸 집이 2백만달러선에서 흥정이 되고 있다거나 땅값이 두배로 뛰었다는 등의 소문이다. 또 자치가 시작되면 PLO가 이곳을 관광지로 집중 개발할 것이라는 풍문도 사람들 입을 옮겨 다닌다. 외국기자들이 줄지어 취재를 오는 것도 이들을 설레게 한다.
예루살렘과 예리코 사이를 오가는 택시운전사들도 기대에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한달에 5백달러 이상의 수입이면 잘 사는 축으로 꼽힌다. 택시기사들은 예루살렘에서부터 관광객을 싣고 서너시간 안내하면 1백달러 정도는 금방 챙긴다. 택시운전사 타루 다한은 『이스라엘정부는 소득세를 17%나 뗀다. 자치가 시작되면 이스라엘정부처럼 많은 세금을 물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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