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에서는 어두웠던 과거를 마무리짓고 새 출발을 다짐하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10월1일 개최될 건군 45주년 국군의 날 행사준비이다.이 작업에는 문민정부 출범후 군을 만신창이로 만든 과거의 「업보」에서 벗어나려는 군의 절박한 심정과 의지가 투영돼 있다.
우선 종래의 시가행진,기계화부대 참가,카드섹션 등 대규모 기념식을 크게 축소,계룡대에서 조촐한 기념식만 갖게 된다. 기념식에도 외국사절을 초청해온 관례를 지양하고 군원로·군발전기여 인사 등 예비역 위주로 초청한다.
대신 한강변행사·사진전·부대친선행사 등 국민속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문화행사를 신설,범국민적 축제로 승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과거 국군의 날 행사가 군위용과시 일변도의 행사였음을 생각하면 커다란 변화임에 틀림없다.
사실 이전의 국군의 날 행사는 군의 축제라기보다는 오히려 군을 혹사하는 겉치레에 가까웠다. 여의도광장 주변에 수천명의 군인이 동원돼 한달이상 텐트를 쳐놓고 뙤약볕에서 연습에 몰두하던 진풍경이 해마다 연출되곤 했다
정통성없는 정부가 정권홍보와 치적을 부각시키는 방편의 하나로 이용해왔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올해 국군의 날 행사가 문화행사 위주의 범국민축제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올초부터 잇달아 터져나온 군의 각종 비리로 인한 국민들의 군불신도 한 요인이 됐다. 대다수 군인들은 군의 과거 잘못과 일부 군인들의 비리로,군전체가 부정부패 집단으로 인식되는데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껴왔다.
군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명예와 사기가 땅에 떨어져 끈질기게 괴롭히는 과거사 단절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국군의 날을 계기로 과거와의 단절과 군의 정치적 중립을 천명하는 선언을 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많은 군인들은 이날이 「국민의 군대」가 다시 태어나는 생일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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