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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한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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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한달(사설)

입력
1993.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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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가 실시된지 한달이 됐다.정부측은 실명제가 순조롭게 정착돼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민간경제단체와 업계들은 아직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호간의 시각차에서 나오는 견해의 차이다. 우리는 우려했던 충격이나 부작용이 흡수 또는 아직 표출되지 않은 것을 두고 정부가 성공이라고 평가한다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라고 생각한다. 민간경제단체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실명제가 본질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목표관철에는 아직 본격적인 접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난공불락의 고지점령을 위해 공중폭격,지상폭격 등 예비공격을 퍼부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상공격을 감행할 때 벙커속에 숨어있는 적군들이 투항을 할 것인가,아니면 완강한 저항을 할 것인가. 고지점령에 성공한다해도 피해가 크다면 전공은 반감된다.

금융실명제의 성패는 「검은 돈」의 실명실적에 따라 평가된다. 실명화 의무기간은 오는 10월12일 끝난다. 그때까지 가·차명의 「얼굴없는 계좌」들이 어느 정도 실명화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재형 재무부장관은 「실명제 실시 1개월」을 평가,『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경제」가 안정돼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금인출도 정상으로 돌아가고 주가도 괜찮은 상태다. 돈이 단기적으로 움직이고 큰돈의 실명화율이 낮은게 걱정이지만 국민들이 새로운 제도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증시의 폭락,사채시장의 붕괴,채권시장의 위축,일부 투신사에서의 자금인출사태 등 초기의 충격적 현상이 극복됐거나 상당히 진정된 것만도 매우 다행스러운 것이다. 영세 및 중소기업 지원,인플레적이나 과감한 통화정책 등 정부의 일련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주효했다고 하겠다.

그러나 문제는 거액의 「검은 돈」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눈치만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자료로 거래해온 영세 및 중소기업,특히 유통업체의 도·소매상들도 거래양성화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기획원 등 정부 관게부처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실명전환율은 금액기준으로 35.9%,계좌수기준으로 19.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기관별로는 예금단위가 상대적으로 적은 은행,상호신용금고 등은 실명률(금액기준)이 각각 40.4%,65.2%인데 비해 거액의 돈들이 고객의 주력인 투신·단자사는 각각 29.4%,17.8%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 「검은 돈」들이 스스로 그동안의 탈세 등에 대해 과징금이나 세금을 물고 제도금융권으로 넘어오면 그것처럼 바람직한 것은 없다. 그러나 이것은 비현실적인 기대다. 따라서 상당수의 여론은 「검은 돈」의 양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자금출처조사 조건완화 등 유화책을 쓸 것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실명제의 취지가 가·차명의 실명화에 있다면 「유화론」은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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