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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우리”… 숨죽인 정·관가/김 대법원장 사퇴 “연쇄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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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우리”… 숨죽인 정·관가/김 대법원장 사퇴 “연쇄파장”

입력
1993.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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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의원 고단위조치” 술렁/정치권/“알아서 신변정리” 노심초사/행정부김덕주 대법원장의 사퇴로 입법 사법 행정을 망라한 전공직사회가 또 한차례의 강력한 「사정태풍」에 휘말리고 있다. 당장은 영향권안에 들어간 사법부가 재산공개 파문의 주요 관심지역이 되겠지만 입법·행정부측도 『우리쪽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이미 사정의 도마위에 오를 의원들의 이름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고 관가에서도 『지난번 공개때는 입법부 수장이,이번에는 사법부 수장까지 다쳤는데 우리라고 무사히 지나가겠느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지난 6일 재산공개가 이뤄질 때만해도 정치권에서는 『우리는 지난번에 걸렀으니 이번에는 별 일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박준규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원 4명이 국회를 떠나는 등 1차 사정태풍이 정치권을 집중적으로 강타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개혁의 소용돌이 밖에 있어왔던 사법부가 주요 타킷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사법부가 최고 강도의 처방인 대법원장 사퇴로 수습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함으로써 정치권을 크게 놀라게 했다. 앞으로 있을 사법부의 자체 정화와 어느 정도나마 수준을 맞추려면 정치권에서도 종전까지 생각해왔던 것보다 강도높은 수준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산공개에 따른 물의를 빚고 있는 의원들의 대부분이 속해있는 민자당의 경우 당의 공식기구를 통한 내사결과를 토대로 당차원에서 의원직 자진사퇴 권유 등의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경우는 국회 윤리위원회라는 창구를 통해 심사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해당자의 사퇴를 유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치대상에 오르게 되는 의원들은 지난 3월의 자진공개때 재산을 누락했다가 이번에 신고한 「불성실 케이스」와 국회에 진출하기전에 공직을 이용해서 재산을 모은 부정축재 혐의자 등이다.

현재 민자당에서 자진사퇴 권유대상으로 보고 있는 소속의원은 3명으로 지난 공개때 상당한 액수의 재산을 은폐·축소시켰던 P모·K모의원과 군재직시 취득한 정보를 이용,부동산투기를 한 의혹을 사고 있는 C모의원 등이다. 이밖에 이번 재산등록 때도 재산을 누락한 것으로 알려진 L모의원과 지난번에 불성실 신고를 한 N모·Y모의원과 또다른 L모·K모의원 등 5명의 의원 가운데서도 처방의 강도에 따라 해당자가 나올 수 있다. 야당쪽에서는 민주당에 해당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국민당에서는 관료출신인 K모의원이 구설수를 타고 있어 13일부터 본격 진행될 국회 윤리위의 활동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과는 달리 정치권에서 수습안을 막상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때는 새정부가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국이 「싸늘한 공기」에 휩싸여 있었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상당히 이완돼 『국회를 떠나달라』는 주문이 먹혀들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지난 3차례의 보궐선거에서 별 재미를 못본 여당의 입장에서는 또 한번의 보궐선거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결국은 출당조치 정도의 선에서 매듭이 지어질 공산도 없지 않다.

○…김 대법원장의 사퇴로 긴장하고 있는 것은 관가도 마찬가지. 사실 행정부 관리들은 재산공개이후 『1천명이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공개했으니 물타기식으로 그냥 별 사단없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안도감을 느꼈왔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의 사퇴는 사법부만의 일이 아니라 정치권을 거쳐 끝내는 행정부에까지 연쇄 사퇴라는 도미노현상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초조해하고 있다. 때문에 언론보도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사람들은 조용히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고 일부는 너무 늦기전에 신변을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현재 관가에서는 7백9명의 공개대상자 가운데 실사대상은 대략 2백여명선이고 그중 50여명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없는 재산증식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인사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와함께 한꺼번에 많은 고위공직자가 옷을 벗고 나갈 경우 공무원사회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조치대상자의 수는 최종 결정과정에서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정부 윤리위원회의 심사기간은 3개월로 돼있지만 공무원사회의 불안을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해소하려면 이달내로 실사의 큰 가닥은 마무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애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관가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사퇴가 여론재판식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범죄도 아닌 사항을,윤리위가 아닌 사정기관에서 몰래 조사를 벌여 사퇴를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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