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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미국역할(중동에 평화가 온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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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미국역할(중동에 평화가 온다:2)

입력
1993.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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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강경파 설득 치중/팔국 건설 지원 중동평화 이끌듯/직접 개입보다 원격조종 가능성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10일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인정하는 역사적인 서류에 서명을 마치자 그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목소리로 『이츠하크,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

디디 마이어스 백악관 대변인에 의하면 클린턴 대통령은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과 라빈 총리가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기로 결정한 서한을 주고 받은 직후 전화로 라빈의 퍼스트네임을 부르면서 거듭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총리각하」라든지 「미스터 누구」라는 공식 경칭 대신에 바로 퍼스트네임을 부르는 것은 클린턴 대통령의 독특한 사교적 정치행태이다. 하지만 이번 이스라엘­PLO 합의는 클린턴 자신의 표현대로 「거의 환상적인 기쁨」이었기 때문에 우선 라빈의 이름을 불러가며 축하를 했다고 한다.

클린턴은 10일 90년 이후 법으로 금지돼온 PLO와의 외교접촉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때문에 당장은 곧 아라파트에게도 『야세르,잘돼갑니까』라는 전화안부를 물을 법하다.

클린턴은 사실상 이번 이스라엘­PLO 협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보다는 양측 협상을 고무하는 것으로 빛을 발하고 또 앞으로의 협정이행 과정에 있어서도 미국이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양 당사자를 지원하는 방향에서 중동평화를 영글게 할 가능성이 많다.

미국은 이번 노르웨이서 진행된 이스라엘­PLO간의 비밀협상을 처음에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미 국무부의 중동평화회담 관련 고위관리는 10일 국무부 브리핑에서 『비밀협상 시작을 몰랐다』며 『협상이 영글어가면서 우리와 접촉이 됐고 우리는 물어오는 내용에 대해 판단을 해주는 역할만 했다』고 좀 더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 미국이 깊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협상과정에서의 미국의 역할이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될듯 싶다.

미국은 73년 10월의 제4차 중동전이후 적극적인 「중동평화 만들기」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79년 3월에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이 처음으로 맺어질 수 있었다.

부시 행정부의 중동평화 노력은 한층 더 강력하게 추진돼왔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91년말부터 중동 각국을 순방하면서 의견을 조정하는 한편 미 국무부에 양측의 대화장소를 마련,견원지간이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같은 책상에 마주앉아 의견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베이커는 또한 러시아와 공동으로 마드리드 중동평화회담을 개최해 이제 세계 모든 강대국들이 중동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시위하기도 했었다.

미 국무부 관리들은 이날 배경설명에서 이번 이스라엘­PLO 비밀협상 내용은 사실 그동안의 양측 대화에서 모두 나왔던 내용이라고 밝히고 다만 지금까지 문서화하지 못해오다가 노르웨이의 비밀창구를 통해 실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이번 협상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았다는 변명이다.

하지만 감쪽같았던 「오슬로협상」이 중동평화의 해결사역할을 자임해왔던 미국에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중동에 대한 미국의 입김이 약해진게 아닌가하는 분석도 나올법하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클린턴에게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격이다. 그는 이번 외교적 성공을 자신의 정치성과를 위해서도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외부세력의 훼방이나 PLO­이스라엘내의 강경파 저항따위는 결국 평화라는 도도한 물결에 녹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뉴욕 타임스지는 10일자에서 지금 당장 풀어야할 양측간 문제로 예리코 자치지역의 경계선 결정,예리코시와 가자지구의 연결방법,팔레스타인의 여행방법 등 10개항을 들었다.

클린턴은 앞으로 아랍국들로 하여금 팔레스타인 국가건설을 돕도록 종용하는 한편 이스라엘­PLO간의 대화통로를 넓고 깊게 파줌으로써 세기적 평화작업을 마무리지을 전망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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