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불문 20∼30억대 주대상/신금도 눈독… 거액 프리미엄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중소기업을 사겠다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기업 인수 및 합병을 주선해주는 종합금융회사들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하루평균 10여건의 기업 매수문의가 들어고 있다는 것. 이들이 매수를 희망하는 기업은 평균 20억∼30억원 규모의 소기업들이 대부분인데 주목할만한 사실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사채업을 해온 「큰손」 중에는 상호신용금고를 사들여 제도금융권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종합금융의 경우 현재 매각교섭중인 상호신용금고가 4건 정도인데 보통 프리미엄이 자본금의 3∼4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청지역에 있는 모신용금고는 최근 H종합금융의 주선으로 거의 매각단계에까지 갔으나 프리미엄을 과다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 매매가 좌절되고 말았다.
종합금융 관계자들은 실명제 실시이후 마땅한 투자대상을 잃은 큰손들이 거액을 묻어두는 수단으로 기업을 이용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어차피 앞으로는 수십억원대의 큰돈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선은 기업에 이 돈을 묻어두고 상황을 보아가며 공장부지나 창고 등 부동산을 기업명의로 사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해설/큰손들 자금은닉 이용하는듯/출처추적·부동산투기때 바람막이용 추정
실명제 이후 장롱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던 거액의 자금이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억∼3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매수 문의가 최근들어 잇따르고 있는 것은 큰손들이 실명제 이후 새로운 활동영역으로 기업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큰손들은 기업의 생산활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자금 은페수단 또는 대리투자수단으로 이용하고 부동산 투자수단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풀이는 경기가 극도로 위축돼 오히려 기업매물이 쏟아지는 마당에 굳이 기업을 사려고 한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8월말 현재 매물로 나온 공장은 전국에 6백여개에 이른다. 불황으로 도산하는 영세업체들도 늘고 있다. 그만큼 기업경영 환경이 악화되어 있는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큰손들이 기업매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생산활동보다는 자금은폐나 부동산투기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을 금융기관에 넣어두거나 현금으로 보관하느니 차라리 기업에 묻어두고 여차하면 기업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종합금융의 한 관계자는 『사채업자나 부동산업자들은 대개 한두개의 기업을 가지고 있다. 자금출처를 소명하거나 부동산투자를 할 때 기업을 바람막이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김상철기자>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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