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지각변동… 양분화 “심화”/친미국들은 실리노선 취할듯/이란·이라크 「강경고수」 불씨로「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9일 상호 실체를 공식 인정함으로써 분쟁대에 평화의 씨앗을 뿌렸다. 이스라엘과 PLO의 상호 인정이 몰고올 역내 변화바람과 중동평화의 앞날을 몇차례에 걸쳐 진단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상호 승인은 중동 세력판도에 급격한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이스라엘과 밀접한 이해관계가 얽힌 인접국가뿐 아니라 아랍진영 전체의 역학구조에 심대한 변화가 예견되는 것이다.
우선 걸프전이후 두드러진 아랍권의 양분현상이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인정으로 더욱 심화돼 극단적인 양극화가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친미 아랍권은 보다 실리적인 외교노선을 추구하는 반면 이란·이라크 등 강경 아랍국가들은 민족이데올로기를 내세운 기존노선을 견지함으로써 재편기를 맞은 중동무대에서 나름대로의 세력확대를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표면적인 상황변화는 먼저 팔레스타인을 제외한 중동회담 참가국인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3국이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골란고원 반환협상에서 막바지 세부이행 조정단계에 와있다. 이스라엘은 정식외교 수립 및 자유로운 통상이 보장될 경우 시리아에 골란고원 반환을 약속했으며 시리아도 조만간 이에 합의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레바논도 이스라엘로부터 85년 설치한 「안전지대」에서 단계적으로 군을 철수시키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정부가 이스라엘 북부지역에 대한 아랍 게릴라의 공격을 사전 차단한다는 보장을 해줄 경우 3만명의 주둔군을 철수한다는게 이스라엘의 협상카드다. 이러한 화해 움직임은 당초 이스라엘과의 협상에서 외적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던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 실마리를 찾으며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이스라엘의 2개의 소규모 점령지 반환과 용수공급의 확대 등이 협상과제로 남아있지만 결코 양국관계 개선을 저해할만한 난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이 현재 워싱턴에서 진행중인 11차 중동회담 일정안에 대이스라엘 평화협상에 조인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아랍진영측으로는 장기적으로 「시오니즘대 아랍민족주주의」라는 대결구도가 희석되고 국익우선의 실리외교경향이 더욱 심화되면서 이스라엘과 경제협력을 모색할 개연성도 크다. 현재 논의중인 팔레스타인요르단이스라엘의 경제협력체 출범 및 자유무역지대 구상이 실현돼 정상궤도에 오를 경우 이는 중동지역에 대대적인 경제개발붐을 일으킬 수도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이 보유한 선진 산업기술이 아랍진영의 풍부한 투자재원 및 시장과 접목할 경우 양측이 누릴 수 있는 이점은 엄청나다. 하지만 이는 팔레스타인 자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시리아 등 현 중동회담 참가국과 전면적인 관계개선이 이뤄졌다는 두가지 사실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아랍진영의 맹주자리를 놓고 반목해온 이란,이라크는 이스라엘 타도라는 명제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걸프전이후 경제재건에 여념이 없는 이라크도 대이스라엘 전복노선에는 변함이 없다. 이라크와 이란의 향후 움직임은 항구적인 중동평화에 주요한 변수로 남아있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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