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쩍은 목돈」 이동에 초점/은닉재산·뇌물등 규명 “기대”공직자들의 재산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인 재산실사가 시작되면서 은행감독원의 예금계좌 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정도 범위까지 진행될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계좌조사란 단순히 주식이나 은행예금 등 금융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또는 누락된게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언제 누구로부터 얼마를 받아 어디에 썼는지를 캐내는 것이 될 수도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파문이 일어날 수도 있게 돼있다. 후자의 방식으로 계좌조사를 받게 되면 가·차명으로 숨겨놓은 재산이 들통나는 것은 물론 공직생활동안 뇌물이나 떡값을 얼마나 받았고 부동산 매입자금은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비롯해 과거의 축재과정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봄 사정때 사정대상자들에게는 계좌조사가 검찰 수사 못지 않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정부는 이번 계좌조사의 강도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해야할지 고심하고 있는 상태인데 지난봄 1차 공개 때보다 재산이 많이 불어나거나 금융자산이 한푼도 없다고 신고한 공직자는 일단 조사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여 조사가 본격화되면 공직사회에 일대 파문이 일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금계좌 조사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비롯한 각 윤리위원회가 은행감독원(증권·보험감독원도 포함)에 조사를 의뢰하고 감독원은 조사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예금계좌 조사는 잔액조사 입출금 내역조사 자금추적조사의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잔액조사는 우선 신고된 금융자산의 액수가 맞는지 또는 숨겨놓은 다른 예금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전산화가 돼있어 전산단말기에서 주민등록번호만 누르면 잔액은 물론 누락한 다른 계좌가 있는지 여부도 손쉽게 알 수 있다. 은행의 경우 본점 한군데만 조사해도 조사대상자가 그 은행 전체에 갖고 있는 전계좌 내용이 파악되고 증권사는 온라인으로 연결돼있어 증권전산만 두드려보면 주식거래 내역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잔액조사가 끝나면 다음단계로 계좌별로 입출금 내역을 조사한다. 언제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오고 나갔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서 뭉칫돈이 갑자기 입금되거나 거액이 인출되는 등 의심쩍은 징후가 나타나는 계좌에 대해서는 자금추적 조사가 개시된다. 본격적인 예금조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번 재산공개 공직자들은 모두 일단 잔액조사와 간단한 입출금 내역조사까지는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투기나 뇌물수수 등의 수상한 냄새가 나는 계좌는 최종단계인 자금출저 조사를 받고 혐의가 없는 계좌들은 2단계인 입출금 내역 조사만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조사의 하이라이트인 자금출처 조사는 수상한 입금과 출금을 가려내는데서 시작한다. 입금중에서는 우선 1백만원,1천만원 등 끝자리가 떨어지는 목돈이 조사의 초점이 된다. 떡값이나 뇌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입금날짜도 추적한다. 추석이나 연말 또는 주요정책이 발표된 시기에 입금된 목돈은 영락없이 검은 돈이었다는게 조사요원들의 말이다. 출금도 같은 방식으로 추적해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확인한다.
현금으로 거래하면 추적하기가 쉽지 않으나 수천만원이 넘는 목돈은 대부분 수표로 거래되기 때문에 추적이 가능하다. 수표추적 조사는 수표의 유통경로를 역추적하는 것. 수표란 돈세탁을 하든 직접 주고 받든 여러 유통과정을 거쳐 결국 발행은행에 되돌아오게 돼있으므로 유통과정에서의 이서자를 일일이 캐들어가면 수표사용자를 밝혀낼 수 있다. 따라서 자금추적 조사가 본격화되면 떳떳지 못한 방법으로 축재한 공직자들의 수난시대가 열릴 전망이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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