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대 국회의 두번째 정기국회가 10일 개막된다. 실명제 실시와 공직자 재산공개에 국정조사 활동까지 겹쳐 정기국회가 열리는지 닫히는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얼떨떨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매년 이맘때 열리기로 법에 규정되어 있는 정기국회인지라 어김없이 문을 열지 않을 수 없다.실명제와 재산공개가 던지는 파문 때문에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 정기국회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실 이번 정기국회가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그만큼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곧 국회가 당면 현안문제들을 수용하고 여과하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 얘기는 또한 정부의 개혁독주에 국회가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민의를 대표하고 대변하는 국회가 언제까지나 개혁의 주체는 커녕 객체로 전락한듯한 인상만 주어서는 안된다. 이번 국회를 계기로 탈바꿈을 시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체 개혁에 스스로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실명제 실시와 재산공개로 드러난 국회 내부의 치부부터 깨끗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정능력이 없는 국회가 아무리 개혁을 부르짖어본들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을리 없다. 깨끗한 몸가짐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이번 국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 다음은 그동안 계속해온 국정조사활동을 하루속히 마무리짓는 일이다.
시간에 쫓겨 미처 완료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여야간의 의견대립으로 질질 끌어온 분야도 있을 것이다. 이런 미결 미완상태에서 정기국회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정기국회 활동의 일환으로 실시될 국정감사와 병행하더라도 조사활동은 빨리 마무리짓는 것이 좋겠다. 언제까지나 과거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앞을 보고 미래를 지향하는 정치를 펼 때도 됐다. 이 일을 국회가 앞장서서 선도한다면 개혁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를 향해 언제나 『…을 할 용의가 없느냐』고 묻지만 말고 스스로 나서 입법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의원들은 자기 자신이 바로 입법기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회가 입법화하면 정부는 그것을 실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적극적인 의식전환의 계기가 이번 국회에서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국회도 바뀌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자세변화가 없이는 이번 국회도 지난간 국회와 다를게 하나도 없을 것이다. 또 그 많은 안건들을 원만하고 능률적으로 처리하지도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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