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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재의혹」 규명… 곳곳 걸림돌/재산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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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재의혹」 규명… 곳곳 걸림돌/재산실사

입력
1993.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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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위,인원부족에 권한 제한/금융·부동산 추적도 난제 많아고위공직자들의 재산내역에 대한 「완전실사」는 가능할까. 1천1백67명의 공직자 재산내역에 대한 도덕성을 의심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가면서 이번 기회에 깨끗한 공직자상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등록된 재산내역을 단순히 사실과 부합하는지의 여부만을 확인하는 평면적 실사보다는 합법적으로 등록된 재산이더라도 형성과정에서 투기나 이권개입,직위이용 등 도덕적 비난의 소지가 있는지의 여부까지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단시일내에는 여러가지 현실여건상 완전실사가 불가능하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선 각 윤리위원회의 역량과 권한이 제한돼 있는데다 법률적으로도 문제점이 있어 윤리위에서의 공식적인 활동은 「심사」에 국한되고 실사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재산형성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는 사람은 조치하겠다』고 말하고 있어 비록 완전실사가 이루어지지는 않더라도 「제2의 숙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재산공개이후 김영삼대통령의 지시에서 잘 나타나 있다. 김 대통령은 『정당한 부를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부도덕한 부에 대한 시정약속을 빼놓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재산형성과정이 정당하지 못하거나 부도덕하다면 개혁차원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즉,정당한 부를 존중하는 사회풍토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들이 가진 재산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이 때문에 실사가 불가피하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에 의거,구성된 각 윤리위원회는 현실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공직자 재산의 실사를 맡기에는 무리이다. 이번에 공개한 공직자들 가운데 7백9명은 총무처가 주관하는 정부 윤리위,3백25명은 국회 윤리위,1백3명은 법원 윤리위,19명은 중앙선관위 윤리위,11명은 헌법재판소 윤리위에서 조사를 맡게 된다. 이들 윤리위는 각 9명으로 구성돼 있고 그 아래 실무자 5∼6명씩이 보조하는 수준이어서 법이 정한 기간인 3개월 이내에 재산내역을 조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3개월이 지난뒤에는 비공개대상 공직자 3만3천여명의 재산내역을 1년 이내에 조사해야만 한다.

더욱이 각 윤리위의 활동은 공직자윤리법의 규정에 따라 조사하는 것이어서 재산을 누락신고했는지,신고내역이 사실에 맞는지 등을 대조해보는 차원에 불과하다. 부동산투기로 재산을 축적한 사실이 명백하더라도 재산내역만 빼놓지 않고 등록했다면 공직자윤리법상 규제대상이 될 수 없다. 때문에 이번 재산공개에서 가장 관건이 되고 있는 재산형성 과정의 의혹부분에 대해서는 윤리위가 아닌 「별도의 사정팀」에서 담당,처리해야 한다.

이밖에 실사에 따르는 문제점은 또 있다. 재산형성 과정의 정당성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의 취득경위와 자금출처,금융재산의 은폐여부 및 출처확인 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불가피한 금융거래내역의 조사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법원의 영장이나 명령,또는 조세목적에 의한 경우가 아닌한 개인의 예금계좌 조사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부정축재의 혐의가 있더라도 범죄로까지 이어지지 않는한 정부기관이라도 이를 조사할 수 없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실사는 윤리위라는 공식기구보다는 정부의 기존 사정기관과 조직을 통해 은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는 사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무총리실 제4행정조정실을 사령탑으로 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의 교감아래 각 부처의 감사관실과 검찰 국세청 등을 지휘,실사를 펴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이미 수집된 비리정보외에도 언론이나 투서,제보 등을 통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사람에 대해 우선적으로 실사를 벌여 소리나지 않게 자진 사퇴토록 한다는 것이다. 8일 자진사퇴한 박노영 청와대 치안비서관이 바로 이에 해당하는 경우이며 앞으로도 유사한 케이스가 이어질 전망이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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