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는 16절지 8백44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다. 관보,국회 공보에는 공직자 스스로 『이게 전부』라고 밝힌 1조6천억원의 재산내역이 게재돼 있다. 고위공직자 1천1백67명이 1천만 시민살림을 도맡은 서울시 1년 예산의 5분의 1가량을 소유한 셈이다.6일부터 기자들은 매일 이 방대한 양과 액수의 관보,공보를 뒤지고 있다. 부동산투기 혐의자,지난 3월 1차 공개때와 현저히 차이가 나는 공직자,재산형성 과정에 직위나 권력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공직자 등을 추려내는 작업이다. 그때마다 1차 공개때의 충격을 경험했던 기자들은 「억대 불감증」에 다시 휩싸이는 스스로에게 놀라움을 느끼고 있다.
1차 재산공개 때부터 취재기자들 사이에 공유되어온 인식은 재산이 많다고 사시로 보진 말자는 것이다. 다만 취득과정에 각종 부도덕,불법혐의가 있는 공직자는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김문기 전 의원,김상철 전 서울시장,박양실 전 보사부장관 등이 그 예이다. 이들의 공직사퇴는 언론이 발로 뛰어 이끌어낸 것이다.
지금처럼 공직자 재산취득과정 실사수단을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언론보도 내용은 그야말로 문제제기 차원,즉 단순 「의혹」 공개일 따름이다. 명백한 심증은 있으나 확실한 물증이 없다. 공공기관마다 개인 사생활보호를 내세워 자료열람이나 제공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검증통로가 완전 봉쇄된 언론은 그저 각 윤리위원회의 실사나 지켜보고 관급성 실사결과만 보도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칫 언론사간 의혹제기 보도 과열경쟁현상이 있다면 그 피해는 공직자들과 언론 모두에 돌아가게 된다.
재산공개가 공직사회의 자정을 위한 뼈를 깎는 개혁의 일환이라면,언론 역시 공개의 진실성을 검증할 수 있는 주체의 하나가 돼야 한다. 그러가 위해선 언론에 최소한의 정보접근의 길을 정부가 열어줘야 한다. 그것은 공직자 재산공개의 본래 의미,즉 국민검증을 받겠다는 자세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관보를 넘기며 사회전반의 억대불감증을 느끼는 혈기 왕성한 젊은 기자의 답답한 심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