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행정」이란 말이 있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게 해 어두운 구석이나 행정권 남용을 경계하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나 말로는 그런 소리를 하면서도 실제로 행정정보 공개법조차 아직은 과제로 남아있다. 사실 실명제란 것도 금융거래 내용을 유리창처럼 밝히자는 것에 다름아닌 바에야 행정정보를 여전히 관이 독점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직하고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을 우리는 「대쪽」이니 유리창형 공개주의자라고 흔히 부른다. 지난 90년 현직 감사관 신분으로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과다보유 실태를 폭로,파문을 일으켰던 이문옥씨도 그런 공개형 인물의 표본이었다. 자신의 소신과 국민의 알 권리 앞에서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대쪽기질이 실명화·공개화 사회를 앞당기는 밑거름이 됐다 하겠다. ◆법원이 이씨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과거였다면 과연 그런 판결이 쉽게 내려졌을까를 생각하면 이씨의 선구자적 용기가 새삼 돋보인다. 사실 그런 공개형 대쪽인사들이 어디 이씨뿐이었던가에도 생각이 미친다. 뻔한 위해와 고초를 내다보면서 앞다퉈 관권의 선거개입을 폭로한 한준수 전 군수,당시 보안사나 군의 정치사찰과 선거개입을 폭로한 윤석양이병과 이지문중위 등이 그들이다. ◆이씨에 대한 무죄선고는 이처럼 공무상 비밀의 엄격한 제한과 행정정보공개법의 조속 입법뿐 아니라 용기있게 불의·부정을 고발하는 인사들을 위한 「양심선언자보호법」의 필요성도 아울러 제기한다. 어느 사회학자는 지위가 높지도 않아 어찌보면 평범한 서민계층에 속한 사람들 가운데서 용기있는 양심선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앞당기는 촉매구실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때마침 높은 사람들의 많은 재산들이 공개돼 여론이 분분하다. 이것을 보고 그처럼 고처를 겪은 양심선언자들의 심경은 과연 어떠할까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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