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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투기병」 심각하다/재산공개로 드러난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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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투기병」 심각하다/재산공개로 드러난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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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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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위 불문 “광범위” 충격/무연고지 땅 많아 변명여지 적어/저축 강조속 부동산 집중매입도이번 공직자 재산공개는 부동산에 대한 그들의 삐뚤어진 욕심과 깨진 도덕심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3월 장·차관 재산공개 때도 일부 드러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그같은 악성증후군이 고위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직종과 직위를 불문하고 광범위하고 뿌리깊게 퍼져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주는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번 공개결과 서울 여의도 면적의 18배에 달하는 1천5백여만평 6천억여원(공시지가 기준) 규모의 땅을 이들 1천1백여명의 고위공직자 및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상가 오피스텔 등 건물까지 더하면 고위공직자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은 총 8천5백여건 1조4천억여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1명당 평균 7.3건 12억여원어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재산공개자중에는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땅을 빼고는 한줌의 부동산도 없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 부모에게서 상속받아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부모재산을 모두 등록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땅부자가 된 사람도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에 재산이 공개된 여러분야의 공직사회중 어느 한곳에서도 빠짐없이 투기냄새가 물씬 풍기는 재산가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재산공개자들의 보유재산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금융자산에 비해 몇배 이상 많아 거의 대부분의 재산을 땅에 묻어두고 있다는 사실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번 재산공개자중 부동산만 20억원대 이상을 소유한 부동산 거부가 입법·사법부를 제외한 행정부(정부투자기관 포함)에서 만 40여명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는 외무부 해운항만청 표준과학연구원 통일원 외무부 철도청 전기통신공사 건설부 산업안전공단 과기처 보훈처 국립대학 등을 비롯해 검찰 경찰 감사원 청와대 비서실 등 사정기관의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이들중에는 최고 70억원대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도 있다. 금융자산 기준으로 상위 30대 인사중 최고가 21억여원에 그치고 대부분 10억원 이하인 점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을 다량보유한 공직자중에는 특히 자신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지역에 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본인들의 구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투기의혹을 강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령 수도권에서 가장 유망한 개발가능지로 꼽히고 있는 경기 용인군에는 장·차관급 인사 10여명을 포함해 국회의원 등 무려 50여명의 고위공직자들이 이미 자기 울타리를 쳐놓았고,충남 서산 등 서해안 개발지역에도 50여명의 고위공직자들이 막대한 규모의 땅을 갖고 있다. 제주도에도 장·차관 등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30여명이 임야를 중심으로 7만여평에 달하는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에 밝혀졌다. 또 재산공개자중에는 보유필지는 1∼2건으로 단순하지만 서울 최고의 노른자위인 강남 요지에 수백평씩의 땅과 빌딩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공직자들이 땅을 취득한 시점이 대개 80년대 중반으로 투기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들이 아무리 변명을 해도 투기가 아니라는 설득을 하기 어렵게 돼있다. 이들중에는 부모로부터 오래전에 물려받은 지방의 땅을 팔아 이 시기에 서울 강남 등 수도권 개발예정지의 땅을 구입한 경우도 있고 어린 자녀명의로 사들이거나 명의신탁 이용 등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많아 「공직자 부동산 소유=부정축재와 투기」라는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번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드러난 부동산 현황은 국정의 중추로서 겉으로는 『부동산 투기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고 외치면서 속으로는 부동산을 축재의 왕도로 여기고 은밀히 투기선봉에 나서는 일부 공직자들의 도덕적 패륜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정책의 총사령관이라 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조차 이번 재산공개 결과 『저축을 많이 해야 한다』는 평소의 그의 누누한 강조와는 달리 저축액은 미미하고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공직자,특히 경제관료와 사정공직자들에게 투기억제정책 입안과 단속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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