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들의 재산내역이 공개된 7일 아침 경기 용인군 수지면 주민들은 또 한번 어처구니없어 했다.지난 3월 장·차관급 재산공개때 배신감을 느껴야 했던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공직자들의 용인일대 부동산투기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동안 『이 부근 노른자땅의 80%가 서울 등 외지인 소유라고 떠돌던 소문이 뚜렷한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 외지인들은 더구나 일반인도 아닌 의원 판사 검사 대사 등 근엄한 「나으리」들이다.
몇몇 주민들은 농사만 지어서는 생활이 어려워 밤에 인근공장에서 품까지 파는 자신들의 처지를 자조했다.
수지면일대는 서울과 1시간이내의 거리인데다 개발가능성이 풍부한 지역으로 꼽혀 80년대 중반 투기꾼들이 극성을 피웠고 미등기전매 등 각종 편법이 횡행해 수십명의 투기꾼이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 주민들이 얻은 것은 피폐해진 농촌과 피곤한 생계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5대째 농사를 지어온 수지면 상현리 이장 윤선기씨(45)는 『1년내내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해도 고작 5백여만원밖에 남지않는 현실인데 돈있는 사람들은 수만평의 땅을 사서 휴경지로 썩히고만 있다』며 『외지인들의 투기로 정작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토지는 점점 줄어든다』고 허탈해 했다.
죽전리 민영식씨(64)도 『지세좋은 뒷산마저 서울사람들이 투기목적으로 매입해버려 잘못하다간 선영까지 뺏길까 걱정』이라며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부동산 매입을 원망했다.
「용인군 일대에 장·차관,국회의원 등 50여 고위공직자가 54만여㎡ 소유」라는 현실은 「농자유전」이라는 옛말이 「부자유전」을 넘어 「공복유전」으로 바뀌었음을 알려주었다.<용인=박정철기자>용인=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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