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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투쟁보다 직업윤리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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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투쟁보다 직업윤리로(사설)

입력
1993.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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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약사들간의 영역권 다툼 분쟁이 보사부의 약사법 개정시안 발표후 오히려 극으로 치닫고 있다. 분쟁해결과 수습을 위한 정부 시안이 집단폐업과 면허증 반납 등 극한투쟁의 빌미가 되고 있는 잘못된 현실이 진정 개탄스럽다.정부도 이같은 뜻밖의 사태에 역시 강경대응키로 결정,불법시위·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주동자를 형사처벌 한다고 밝힘으로써 바야흐로 이번 분쟁은 「3강」만 있고 풀길은 보이지 않는 극한상황만이 빚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3강」의 틈바구니에서 외톨이가 되어 마냥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은 국민뿐이다. 국민의 건강과 의약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한의사·약사들이 어떤 명분을 내걸었던 폐업과 면허반납을 불사하겠다는 것은 신성해야 할 직업윤리의 포기이자 훼손일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협박에 다름아닌 것이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종에서 특유의 고매한 직업윤리가 상실될 때 초래되는 것은 맹목적 집단이기주의뿐이다. 봉사해야 할 대상이나 더불어 봉사해야 할 상대방조차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듯한 오늘의 극한상황이야말로 바로 그런 위기인 것이어서 문제해결을 오히려 불가능하게 함을 왜 모르는지 안타깝다.

두 이해집단의 강경이 국민적 불만과 불안을 가중시키면서 그동안 정책부재로 궁지에 몰렸던 당국에게 오히려 그 궁지에서 벗어날 빌미마저 제공해준 감이 없지 않다. 정부가 어제 강경대응을 결정하며 내세운 이유가 「국민건강 볼모」와 「사회불안」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전국 한의대생 집단유급사태­약대생 수업거부 대응에다 집단폐업 불사­일제 면허반납으로 번져온 악순환은 분쟁의 합리적 조정에 앞서 당국의 또 다른 강수만을 낳은 감이 없지 않다.

이런 극한상황의 어리석음과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결국은 「3강」 모두가 이성을 되찾아야 하는게 급선무이다. 그래서 한자리에 모여 서로 주장할 것은 주장하되 양보할 것은 양보,결과적으로 국민에 봉사하는 직업윤리 회복의 길을 되찾아야 한다. 당국도 그동안의 무능·무책을 강경으로 덮어버리려할게 아니라 두 업계가 희망과 자존심을 갖고 봉사할 수 있는 한의학 및 약학발전 청사진 제시와 함께 세심한 제도 및 법령을 완비해줄 자세를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갖춰나가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지난 6월의 전국 약국 시한부 파업사태·한의대생 집단유급 위기 등 문제가 악순환을 거듭할 때마다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 능력부재를 걱정,자제와 이성회복을 권고해왔었다. 또한 보사부 시안발표를 맞고서도 국회통과 때까지의 가정에서 당국이나 두 분쟁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으로 이견을 조정해줄 것을 바랐었다. 그후 불행히도 사태는 악화일로라지만 결국은 그길밖에 없음을 거듭 밝히지 않을 수가 없다.

당국의 진지한 설득과 대책,그리고 두 분쟁당사자들의 자중자애를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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