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제기 이어 인니등 증언 확보/일,「기금조성」 즉각 부인 “당황”일본의 태평양전쟁 피해보상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호소카와(세천호희) 일본 총리가 취임직후 2차 세계대전 당시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피해보상 가능성을 비치자 그간 관망상태에 있던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홍콩 등 동남아 각국의 피해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법률단체들이 일제의 잔혹성을 폭로하면서 일제히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필리핀 민다나오섬 등에 살고 있는 한 부족은 최근 2차대전 종전직후 일본군 패잔병들이 자신의 부족 80여명을 살해,시체를 토막내 삶아먹거나 구워먹는 잔학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일본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필리핀 법률구조단체와 일본 인권변호사들도 이미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30여가지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앞으로 관련 증거자료를 찾아내 1백만달러의 피해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변호사는 종전후인 47년 마닐라 남쪽 8백50㎞ 지점의 부키드논 산기슭에서 일본군 패잔병 소탕작전에 참가했던 당시 게릴라 특공요원 알레한드로 살레씨(73)로부터 귀중한 증언을 확보했다. 한편 종군위안부로 강제로 연행됐던 필리핀 여성들은 이미 올해초 일본 법정에 7백만달러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다.
일본군에 강제부역했던 1만7천여명의 인도네시아인들도 최근 일본정부에 대해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도네시아 법률연구소(LBH)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말까지 부역피해에 대한 신고를 받은 결과 모두 1만7천여명이 등록했으며 이중 2백여명은 종군위안부였다면서 추가신고를 받아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군의 피해보상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일본 변호사협회는 오는 10월 일본에서 전쟁피해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어 전쟁피해 실상을 공개하고 일본정부에 대해 피해보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같은 잇단 피해보상 요구는 최근 일본 언론들이 일본정부가 전쟁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1백억달러의 특별기금 조성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당황한 일본정부는 특별기금 조성계획 자체를 부인하면서 전쟁피해에 대한 새로운 보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분석가들은 일본의 새정권이 어떤 형태로든 동남아 각국의 피해보상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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