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학년도 4년제 대학의 입학정원이 올해보다 1만1천8백90명이나 증원됐다. 이는 올해 증원분 7천6백10명보다는 56%나 많은 것이다. 지난 88년 졸업정원제가 입학정원제로 환원될 때의 2만여명 증원이후 가장 파격적으로 많은 증원이어서 놀랍다.또 이같은 입학정원의 대폭 증원은 선거과정에서 「대학 정원의 단계적인 자율화」를 공약했던 김영삼정부가 처음으로 대학 입학정원을 조정하면서,대학의 입학문호를 넓히겠다는 정책방향과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일 수도 있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고졸자의 80% 이상이 4년제 대학을 가야겠다고 아우성치는 우리 현실에서 대학의 입학 정원을 해마다 조금씩 늘릴 수 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 진학율은 벌써 미국과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세계 3위에 달할 만큼 과다해졌다는 상대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증원정책의 어려움은 바로 거기에 있다할 것이다.
또 입학 정원이 3천∼5천명 이상씩이나 되는 규모 큰 사학들을 포함한 전국 1백30개 4년제 대학들의 대부분이 교수확보율·강의실·실험실과 실험실습기자재·도서관과 장서 등에서 선진국 대학들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빈약하다. 재단의 전입금이나 정부지원금 그리고 산학협동기부금도 보잘 것 없어 대부분의 사학들이 학생등록금에 의존,대학을 꾸려가야 한다. 때문에 증원의 많고 적음이 대학 재정의 부와 빈을 가르는 척도가 된지 오래다. 그래서 대학들은 외형적인 팽창에만 골몰했고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수월성 추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번 정원 조정때 서울대·부산대 등 우수 국립대학들과 서강대 등이 다른 대학들에 비해 그래도 교육여건이 양호한 편에 속하면서도,증원으로 대학교육의 질을 더 이상 떨어뜨릴 수 없다는 자기반성속에서 스스로 증원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가 크고 높이 평가할만하다.
교육부가 이번 증권조정에서 부실경영재단의 대학과 입시부정으로 물의를 빚었던 대학들,장기적인 학내 분규대학,교수확보율이 61% 미만인 대학 등 33개 대학에 증원을 불허했다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정원정책에 적자생존 원칙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이번의 대폭 증원으로해서 전국 4년제 대학과 11개 교육대학의 입학 총정원은 23만6천80명이 되었다. 정부는 대학문호를 약간 넓혀줌으로써 수험생들의 입시난을 조금은 덜어줬다는데 자족해서는 결코 안된다.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정부투자도 늘려야 하고 4년후 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그만큼 많은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고용창출정책을 병행하는데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증원이 오히려 값비싼 부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도 대졸실업자가 15만6천명이나 있으며 그 수효는 지난해보다 31.1%가 늘어난 것이다. 고학력자의 취업난을 완화시켜야만 대학 입학정원의 증원정책이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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