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월2일자에 실렸던 이인호교수(서울대·서양사)의 칼럼 「북수지원을 실현하는 길」에 대한 독자들이 호응이 매우 컸는데,그들은 한결같이 「대학의 학생선발권」이 「수험생의 대학선택권」을 억눌러서는 안된다는 이 교수의 주장을 지지했다. 독자들은 이렇게 말했다.『복수지원제가 성공하려면 우선 연대·고대 등 명문대학들과 서울대의 입시날짜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 삼척동자로 아는 상식이다. 대학들이 같은날 시험을 치르려고 담합하리라는 것이 역시 상식이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아무런 제도적 장치없이 대학의 자율만을 강조하고 있으니,복수지원제란 결국 국민을 우롱하고 끝난 것이 아닌가』
『해방후 정부는 입시제도를 수없이 바꿔왔는데,입시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나아진 것이 없었다. 1950년∼60년대초만해도 특차전형 등으로 사실상 복수지원·복수합격이 가능했다. 그러니 수험생들이 볼때 입시제도는 오히려 후퇴해온 셈이다』
『뭐니뭐니해도 입시제도 개혁의 핵심은 복수지원이다. 출제를 객관적으로 하느냐,주관식으로 하느냐,국가고사로 하느냐,대학별 출제를 하느냐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모든 학생들이 같은 날 시험을 치러져 단판에 승부를 내는 제도를 그대로 둔채 무엇을 개혁한단 말인가. 담판승부에 일생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학생들의 중압감만 덜어줘도 고교교육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대학 합격을 지상목표로 삼고 정신없이 달려온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복수지원제를 논의하면서 새삼스럽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수없이 입시제도를 바꾸면서 수험생들의 진짜 문제는 슬쩍 덮어둔채,「교육의 정상화」라는 추상적인 명분을 강조해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입시관리가 번거롭고,대학들의 서열이 드러나고,이중삼중의 합격으로 혼란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 등이 복수지원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복수지원제가 단 한번 시험으로 탈락하는 상위권 재수생을 감소시켜 개인적·국가적인 손실을 줄이고,모든 대학들의 입학생 수준이 골고루 높아지고,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들은 요행을 바라며 대학입시에 매달리는 대신 보다 일찍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을 들고 있다.
반대론은 찬성론에 비해 너무 허약하다.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은 상위권 몇개 대학의 합격통지서를 받아놓고 어느 대학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우리의 젊은이들은 잔인한 단판승부를 강요받아왔다. 우리의 대입제도는 너무나 후진적이고 대학중심적이다.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을 내세우며 이 문제를 방관하는 것은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해온 새정부는 입시제도의 개혁에서도 과감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대학의 편의와 이기주의에 억눌렸던 수험생들의 대학선택권을 되찾아줌으로써 고교교육의 숨통을 터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교육부는 복수지원 시행을 전제로 즉시 실무팀을 구성해야 한다. 교육부 위주,대학 위주의 입시제도에 더이상 학생들이 희생당할 이유는 없고,지금은 국민이 그것을 용납하는 시대도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다하고 있는 일을 우리의 대학들은 왜 못하겠다는 것인가.<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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