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문제해결 능력이 고작 이 정도인가. 갈데까지 가버린 한약조제권 분쟁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다 못해 참담하다.「재래식 한약장」 조항의 삭제라고 하는 느닷없는 법규개정조치로 촉발된 한의사약사간의 분쟁은 발생 6개월만에 최악의 비상국면에 놓였다. 수천명의 한의대생들이 오랜 수업거부끝에 집단유급을 하게 된데 이어 전국 약대생들이 수업거부 「연대투쟁」마저 빚어내고 있다. 이해집단간의 갈등과 대결이 좀체 제동이 걸리지 않고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사태가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무런 묘방이나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무거운 침묵에만 빠져있다. 무능인가 무기력인가 무책임인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한·약분쟁은 이제 어느 한쪽의 시와 비를 가릴 단계를 넘어섰다.
극한대립을 벌이는 양쪽의 주장과 의견의 내용을 국민은 대체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첨예한 대결을 벌이고 있기에 의견 개진이 조심스러울 뿐이다. 지금 국민의 눈엔 한·약 분쟁이 집단이기의 싸움으로 비치는 시각이 강하다. 한의사와 약사는 서로가 「내가 이겨야 한다」는 집념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현상은 대학생들의 수업권 담보 투쟁이다. 교육의 본질이 외면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투쟁은 투쟁이고 수업은 수업이다. 어떤 이유나 명분으로도 교육을 담보로 삼아서는 안되는 일이다.
이익집단끼리의 타협과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정부가 나서는게 당연하다. 한·약 분쟁의 원인제공은 1차적인 책임이 보사부에 있다. 그런데도 보사부는 시간만 허비하며 속수무책이다. 약사법 개정작업을 통해 돌파구를 열어 보려고 하나 의견수렴 과정에서 이미 설득력을 잃고 있는 인상이다.
교육부의 처사도 말이 안된다. 한의대생 집단유급과 신입생 모집이 불가능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원칙만 내세우고 제대로 손 한번 쓰지 못했다. 결과로 학생들만 희생양으로 방치한 셈이다. 이제와서 엎질러진 물을 다시 그릇에 담기는 틀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팔짱을 끼고 고뇌에만 젖어 있을 일이 아니다.
부처간의 해결이 벽에 부딪쳤다면 정부는 한덩어리가 되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특별기구를 만들어 수습에 나서거나 청와대의 결단도 배제할 까닭이 없을줄 안다. 이것이 강한 정부의 당연한 자세라고 확신한다. 강한 정부는 때론 인기와 시류에 역류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한·약 분쟁 당사자들의 자제와 인내를 요구하는 바다. 혹시라도 감정대결로 흐르는 일은 반드시 억제되어야 한다. 정부를 중심으로 이 사태를 국민보건의 차원에서 재검토해보는 냉정을 찾기 바란다. 결단의 단서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