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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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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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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이라는 말은 「마귀들이 숨어있는 곳」 「못된 일을 꾀하는 무리들이 모인 곳」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뇌물 등 부정과 불법이 횡행하는 혼탁한 관서 또는 기관을 지칭하는 말로 쓰여져왔다. ◆1961년 1월5일 건국이래 첫 민선으로 뽑힌 김상돈 서울시장은 취임식에서 『서울시는 복마전과 같은 행정을 펴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매년 시 공사비의 65%를 뇌물로 착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갈한뒤 『앞으로는 혈세 도둑질을 하지 않는 명랑한 시정을 실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같은 지적에 시공무원들은 『우리가 도둑이란 말인가』고 반발했고 시행정을 감독하는 서울시의회 의원들 역시 『우리가 허수아비인가』 『시의회를 모독하는 말』이라고 펄펄 뛰었으나 「카이젤 수염」으로 유명한 김 시장은 『그렇다면 먹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라』고 한술 더 뜨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공무원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국민소득 1백만달러 미만의 어려운 형편속에 묵묵히 봉사해온 그들로서는 어처구니없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당시 관행정의 무질서와 부패는 심상치 않은 상태여서 내놓고 반박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감사원은 작년 7월부터 올 6월말까지 1년동안 감사결과 서울시가 중앙부처 및 시도중 가장 많은 8백23건의 위법과 비리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오늘날 서울시는 1천1백만명의 인구에 연예산 7조5천여억원,그리고 공무원만도 6만여명이나 되는 공룡같은 엄청난 규모여서 「비리 1위」는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불명예스러운 이 기록중에는 부정척결을 제1의 과제로 내세운 새정부 출범이후의 비리도 적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는 말대로 식구(공무원)가 많다보면 그들의 실수·위법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년 11월이면 정도 6백년을 맞는 동양 최고의 수도이자 국제적 도시로서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난날의 복마전이라는 인상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더욱 자정노력을 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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