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낮 12시45분 KAL 007편기 피격희생자 10주기 추모식이 열린 충남 천안 망향의 동산. 유족 1백여명이 줄을 서 헌화하고 있을때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선도차 뒤로 일제 도요타승용차가 나타났다.감색 줄무늬 정장차림의 1m90은 족히 돼보이는 40대 거구와 회색 정장차림의 젊은 외국인이 내렸다. 경찰청 외사계 직원이 동행해온 이들은 주한러시아 대사관 게오르기 톨로라야 공사(부대사)와 수행원 볼코프씨였다.
톨로라야 공사는 헌화와 함께 유족들 앞에서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족중 대표로 단국대 미생물학과 이연태교수(59)가 단상에 나가 유족들에게 허락할지를 물었다. 유족석에서 『생사람들을 죽여놓고 무슨 낯으로 왔느냐』며 분개하는 소리도 들렸지만 곧 『헌화하고 사과하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톨로라야 공사는 유족들의 고함에 한국말로 써온 사과문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즉석에서 『저 개인적으로는 사고당시 북한의 원산에 있었는데 소식을 듣고 참 안됐다고 생각했다』 『조사에 의해 KAL조종사들이 5시간 동안이나 항로이탈을 방치한 명백한 잘못이 있다』는 등 서툰 한국말로 KAL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톨로라야 공사가 준비해온 메모에는 『만일 소련항공기가 똑같은 경우로 격추됐더라면 소련정부가 아닌 국영보험회사나 항공기 회사측에서 보상했을 것』이라는 책임회피성 문구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용은 읽지도 못한채 5분간 사과인지 책임회피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즉흥연설을 하고 황급히 떠나갈 수밖에 없었다.<천안=현상엽기자>천안=현상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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