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 양보 전향적 태도변화/상호사찰등 합의까진 낙관 일러북한이 1일 적극적인 대화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남북대화가 조만간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급 접촉이라는 형태로 재개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대변인 명의로 발표된 이 담화는 『성의있는 대화자세를 표시한다면 구태여 특사의 급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통일문제를 전담하는 부총리급」으로 특사의 자격을 못박던 기존의 입장에서 후퇴했다.
북한은 또 쌍방 특사들이 논의할 의제를 ▲한반도 비핵화문제 ▲남북 기본합의서 이행문제 ▲이른바 「전민족 대단결」의 실천 ▲정상회담 개최 등의 순서로 열거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핵문제를 대화의 의제중 첫번째로 명시,거명한 것을 긍정적인 자세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담화는 우리측이 형식문제에 대해 대폭 양보한 대화를 제의하려던 당일 발표됐다. 정부는 이날 상오 황인성 국무총리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북측에 보내 핵통제위원회 개최 등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대화를 촉구할 예정이었다. 선수를 북한측에 빼앗긴 감은 있으나 결국 남북한이 모두 실질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시기에 대화형식에 관한 공통분모도 넓어진 상태에서 양측의 제의가 함께 맞부딪친 셈이다. 그만큼 이번 남북대화의 성사가능성도 높다.
정부는 북한의 담화에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제의를 빨리 내놓아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측은 금명간 북한측이 수용할 수 있는 대화제의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남북한 당국자들의 대좌는 쌍방 총리들의 전통문이 한차례 정도씩 오간뒤 빠르면 다음주중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적극적인 대화의사를 표시하게 된 배경에는 오는 16일께로 예정된 미·북한 3차 회담을 위한 전략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측면이 가장 강하게 깔려있는 것 같다. 지난달 12일 미국측은 허종 북한 유엔대표부 대사에게 3차 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는 남북대화의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 전달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후속회담에 앞서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그리고 남북한간에 건설적이고 실질적인 대화가 실현돼야 한다고 못박아왔다. 북한도 이번 담화에서 『조·미 회담의 진전은 조선반도의 대화와 긴장완화를 절박한 문제로 일정을 제기하고 있다』며 스스로 이같은 사정을 인정하고 있다.
남북대화가 미·북한 3차 회담 성사를 위한 어느 정도의 전제조건이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한계가 매우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정부 당국자도 『남북 대화의 전개는 미·북한 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힐뿐 어느 정도의 진전이 선결돼야 하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협상에 앞서 남북대화를 열고 있다는 상황정도가 명분으로 필요한 것이지 상호 핵사찰 문제 등 현안에 대해 합의를 서두를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남북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성급한 진전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정부는 북한측이 이번 담화에서 국제공조체제의 중단 등의 조건을 단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북한측은 특사가 논의할 의제중 김일성주석이 지난 4월 최고인민 회의에서 채택한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의 도모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북한은 10대 강령의 실천을 주장할 때마다 주한미군 철수,핵우산 포기 등 이른바 대남 요구사항을 내세워왔는데 재개될 남북대화의 장에서 이같은 주장이 되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는 당초 대화형태를 북한측에 일임하는 대북제의를 할 방침이었으나 특사의 자격과 의제를 구체화하는 적극적인 대화제의를 새로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을 넘겨받은 우리측은 미국 또는 북한측에 끌려 다니지만 않고 모처럼 북한 핵문제 해결과 남북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도전과 기회를 함께 맞고 있는 셈이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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