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빈아라파트 물밑접촉 합의점 찾아/팔레스타인 정권 단계적 출범/양측 강경파 반발 거세 향후관계 변수중동지역의 평화공존을 보장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67년 중동전쟁후부터 이스라엘이 점령해온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 예리코시에서 팔레스타인의 자치실시에 28일 합의함으로써 중동평화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이번 합의는 지난 48년 이스라엘 건국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던 이스라엘과 아랍진영의 갈등과 반목이 일단 진정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중동대립의 핵」인 이스라엘과 PLO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도출했다는 사실은 괄목할만하다.
이같은 양측의 전격적인 화해 움직임은 최근들어 빈번해진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과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의 물밑협상에 의해 구체화됐다. 이스라엘측에선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이 PLO 대표단과 은밀한 접촉에 나섰고 PLO측에선 아라파트가 직접 이스라엘 외교관리와 만나 협상을 가속화했다는 후문이다.
양측이 이처럼 급작스럽게 합의에 이른 것은 ▲PLO의 급박한 재정난 및 이에 따른 조직붕괴 위기감 ▲미국과 아랍 인접국가들의 계속된 평화압력 ▲강온대응을 적절히 활용한 라빈정권의 대PLO 전략 등이 주요배경으로 지적된다.
특히 지난 91년 걸프전에서 후세인을 지지했던 PLO는 아랍국가들로부터의 원조중단으로 엄청난 재정난에 시달려왔다.
이에 따라 PLO 예산규모는 지난 2년간 91년 수준의 절반인 1억4천만달러로 줄어들었으며 점령지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재정지원도 현저히 감소돼 PLO 해체설마저 나도는 형국이었다. 때문에 지난 24년간 PLO를 이끌어온 아라파트의 정치적 입지도 크게 위협받아왔다.
아울러 미국과 아랍진영으로부터 중동평화회담의 성사압력을 받아온 아라파트는 이번달초 획기적인 대이스라엘 유화정책을 제시했다.
즉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예리코 등에서 먼저 철수할 경우 팔레스타인측이 이제까지 고집해온 「점령지내 전면적인 자치실시」안을 접어두고 이스라엘의 방안대로 5년 자치이후 단계적인 독립정부 구성을 논의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따라서 「가자·예리코 1단계 자치」 합의는 외견상 이스라엘의 양보조치로 비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통해 PLO로부터 전면적인 자치실시 주장을 묵시적으로 포기하게 하는 정치적 실익을 거둔 셈이다.
물론 중동평화회담의 전도가 장밋빛 일색은 아니다. 우선 PLO 지도체제내에서 강경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6일 소집된 PLO 최고기구인 18인 집행위원회에서도 아라파트의 온건노선에 불만을 품은 일부 강경파들이 『아라파트가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에 팔아넘기려 한다』면서 퇴진을 요구했다. 심지어는 아라파트에 대한 팔레스타인계 극렬 테러분자들의 암살설마저 나돌고 있다.
이스라엘 정계 내부에서도 라빈 총리의 온건노선에 대한 저항이 드세다.
이스라엘 야당은 라빈정부의 「팔」 자치허용 정책에 반대,내각 불신임 투표를 추진중에 있다. 이스라엘과 PLO 모두가 강경파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그러나 라빈 총리와 아라파트 의장의 내부의견수렴에 성공하고 31일부터 워싱턴에서 재개되는 11차 중동평화회담에서 「가자·예리코 1단계 자치안」 합의가 공식화될 경우 양측의 관계개선은 예상외로 급진전할 가능성이 크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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