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3단계 회담 분위기 조성 이용/북한/명칭·방법보다 실질사찰 방안 모색/IAEA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간의 협상이 31일부터 평양에서 시작된다.
이번 협상은 지난 7월14일부터 19일까지 제네바에서 열린 미·북한간 2단계 고위급회담의 산물이다. 당시 회담에서 양측은 2개월 이내에 3단계 회담을 재개하고 가능한한 조속한 시일내에 북한과 IAEA간의 협상을 개시한다는데 합의했었다. 미국측은 당시 3단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서 북한과 IAEA 및 남북한간의 진지한 대화재개를 촉구했었다.
이에 따라 IAEA와의 핵문제를 미국과의 동등한 주권국가간 정치협상으로 끌어올리는데 일부 성공한 북한으로서는 9월 하순 이전에 IAEA와의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또한 9월21일부터 열리는 IAEA 정기이사회 및 연차총회와 유엔총회도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성의를 보여야 하는 압력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에서 획기적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단지 협상채널의 가동이라는 의미와 함께 상호간 입장타진 및 후속협상 모색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북한이 IAEA와의 협상개시에 합의한 배경이 사실상 미국과의 고위급회담 유지를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데서 짐작할 수 있다. 3단계 북·미 회담의 전체조건은 일단 북한과 IAEA간의 협상개시에 맞춰져 있을뿐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이번 협상에서 IAEA의 불공정 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내세워 IAEA의 특별사찰 재개요구에 대응하며 시간을 벌려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IAEA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궁극적인 사찰재개에 대비해 대내외적인 명분을 축적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안전협정에 의거한 특별사찰의 명칭 및 방법 등에 구애받지 않고 사실상 특별사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 등이 양측간에 타협안으로 모색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이번 협상에서 본격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측은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2단계 회담에서 IAEA와의 협상재개 약속의 반대급부로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흑연감속원자로의 경수로 전환에 대한 기술 및 경제원조 약속을 얻어냈다. 3단계 회담에서 북한은 2단계 회담이 해결하지 못한 특별사찰 문제를 연계,보다 의미있는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북한과 IAEA와의 이번 협상은 실질적인 해결책 논의보다는 곧 재개될 3단계 북·미 고위급회담 성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북한은 IAEA가 요구할 특별사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대결과 제재 국면에서 협상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할 때 북한이 최소한의 양보를 내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일단 2월에 중단된 일반사찰(임시사찰)의 실질적인 재개나 또는 IAEA가 방문(사찰)과 함께 요구하고 있는 영변의 2개 핵시설에 대한 추가 정보제공에 북한이 성의를 보이는 것 등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결국 북한 핵문제는 북·미 고위급회담에서의 정치적 해결을 주축으로 하면서 북한과 IAEA간에 실무적·기술적 협상이 병행되는 형태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파리=한기봉특파원>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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