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학부모 시위… “교육부만 등터진다”30일 상오 11시부터 2시간동안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보는 사람들을 착잡하게 만드는 풍경이 연출됐다. 서울시내 31개교 고3 문과 학부모 5백여명이 교육부에 「교차지원 저지를 위한 가산점제 실시」를 촉구하며 시위하다 닭장차에 실려 벽제 미사리 등 서울 근교로 강제 해산됐다.
현장에는 종로경찰서장이 지휘하는 4개 전경중대가 배치됐지만 자녀를 위해 거리로 나선 어머니들의 「모성애」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모님들 대표자를 뽑으면 교육부 책임자와 면담을 주선할테니 나머지 분들은 저기 세종문화회관 뜰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이러다 다치면 자녀들 시험 뒷바라지는 누가 합니까?』
『그러니까 빨리 길 비켜요. 우리 모두 교육부에 들어가서 따져봐야 겠어요』
40∼50대 주부들과 아들뻘되는 전경들의 실랑이는 지루하게 계속됐다.
급기야 『청와대로 가자』는 소리와 함께 운동권학생들의 애창곡이었던 「아침이슬」이 터져나왔다. 곧 이어 닭장차가 도착했고 어머니들은 『교육부는 대학자율화라는 미명하에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차에 태워졌다.
『소수집단인 재수생의 피해를 막기위해 재학생의 교차지원을 허용한 서울대의 방침은 어불성설이다. 재수생은 재학생보다 1년 더 공부했으니 재학생이 유리하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의 유인물에선 집단이기주의의 냄새도 풍겼다.
시위현장에는 교육부 대학정책실의 서남수 학무과장을 비롯한 실무자들이 면담을 위해 나와 있었지만 대화를 나눌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과학생이 문과로 교차지원하는 것을 막기위해 동일계 진학시 가산점을 부여하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는 근본적으로 각 대학이 결정할 사안이라는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교육부 지시가 획일적으로 먹혀들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해 달라』고 설득하다 흥분한 학부모들로부터 『말도 안되는 소리 말라』는 면박을 당했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문과에 비해 내신에서 불리하다는 이과학부모들의 진정에 시달렸습니다. 학부모들의 초조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상충되는 입장을 다 수용하려면 결국 입시제도를 포함한 교육개혁 자체를 포기하고 과거제도로 회귀하는 길밖엔 없지 않겠습니까』
면박당한 교육부 관계자의 고충토로였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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