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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들 자금우려 투매/CD 「실명제 찬밥」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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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들 자금우려 투매/CD 「실명제 찬밥」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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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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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발행·현금상환 요청 거의없어/고금리 세일에도 외면은행수신고 증대에 「효자노릇」을 해오던 양도성 정기예금증서(CD)가 실명제실시이후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잇다.

큰손들은 실명제실시로 「무기명」 이점이 사라진 CD를 사실상 외면,신규매입은 커녕 국세청 자금출처조사를 피해 헐값에라도 보유물량을 처분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라고 「단자 투신 등 타금융기관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금리경쟁력 상품」이라며 애지중지하던 은행들도 더이상 CD에 기대를 걸지 않으려는 눈치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 CD 발행총잔액은 12조6천2백51억원으로 실명제실시이후 2천2백66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신규발행은 사실상 중단됐고 만기도래한 CD중 20∼30%는 현금상환요청조차 없다. 이중 대부분은 사채업자,고위공직자,비자금을 조성했던 대기업임원 등 신분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인 것으로 일선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또 만기후 현금으로 상환받더라도 기관투자가들을 제외한 개인거액고객은 예전과는 달리 은행에 다시 돈을 예치하려 하지 않고 있다. 이자 몇푼받고 자금조사를 받느니 차라리 현금으로 쌓아두는 편이 마음편하다는 뜻이다. 하루평균 2천억∼4천억원씩 CD를 매매하던 단자사와 증권사에도 실명제실시 이후 거래액이 평균 50억∼2백억수준으로 격감했다.

CD수요가 사라지면서 수익률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CD발행수익률은 91일물 기준 10.66%로 실명제이후 각 은행들은 11.5∼13%의 높은 이면금리를 적용,「CD 세일」에 나서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좀처러 찾아 볼 수가 없다. 실명등록에 따른 자금조사를 우려하는 큰손들의 CD투매현상이 벌어지면서 유통수익률도 27일 사상최고수준인 16%까지 뛰어올랐다. 실명제 보름여동안 2.5%포인트(유통수익률 기준)가 치솟은 것이다.

현재 사채시장에는 액면가의 60∼70%선에서 만기 임박한 큰손들의 CD덤핑매물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들은 이를 헐값에 구입,하청업체에 대한 결제용 어음대체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CD시장 마비에 따른 은행의 수신기반 와해를 막기위해 액면가한도를 현행 5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낮추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은행의 한 자금담당임원은 『CD발행가 한도를 낮추더라도 실명제가 실시된 이상 거액자금은 더이상 은행권을 찾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신규수신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저축성예금,신탁상품 등에 머물러 있던 중소액 고객의 통장예금이 CD로 이동,은행으로서는 최소 5∼10% 이상의 금리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실명전환 과정에서 과거 「꺾기」 용으로 판매된 CD의 무더기노출도 은행들로서는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양건예금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CD시장이 클 수도 없었을 것』이란 말처럼 CD는 기업거액대출이 가장 확실한 꺾기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실명등록과정에서 드러날 「꺾기」 사실과 관련,벌써부터 일부은행에서는 물밑에서 은행과 고객들간의 심각한 마찰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은행관계자들은 『기관고객들이 남아 있다고는 하나 장기적으로 CD시장위축은 불가피하다』며 『수신고 증대에 일등공신이던 CD는 실명제를 통해 고액자금 흡인력을 상실하고 금융기관의 치부까지 노출시키게 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금리경쟁력에서 다른 금융기관에 뒤지는데다 중요한 자금조달 채널까지 상실한 은행으로서는 금리와 취급업무영역이 완전자율화되기 이전까지는 심각한 「실명제후유증」에 계속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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