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줄어 진로결정 고심/학부모들 집단행동 조짐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야기된 경희대 등 전국 8개 한의대생의 집단유급사태는 수험생·대학당국·한방의료계 등 전 사회적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먼저 이들의 집단유급으로 한의예과의 신입생 모집정원이 크게 줄어 수험생들이 진로선택에 혼란을 겪게 됐으며,유급 한의대생 학부모들은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전국 11개 한의예과의 입학정원은 모두 7백50명이며 이중 집단유급이 확정된 8개대의 정원은 6백40명이다.
대성학원이 지난 4월29일 전국 50만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유급확정 8개대중 후기인 상지대를 제외한 7개 한의대 지원을 희망한 수험생이 3천3백여명이었다. 학원 관계자들은 지난해 각 한의대의 경쟁률을 근거로 올 입시에서 한의대 지원자수를 4천∼5천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6백40명의 정원이 감축될 경우 1백10명 정원을 놓고 극심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의 혼란을 우려해 당초 집단유급대학 신입생 전원모집 불허방침에서 후퇴,▲유급생수 만큼 정원 축소 또는 ▲휴학생·제적생 등을 감안한 일부 모집허용 등을 검토해 각 대학이 입시요강을 확정하기전인 9월 중순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예과 1년생이 집단유급되면 내년에 이들이 1년 과정을 재수강해야 되며 수업시설이나 교수인력상 추가수강이 어려운 의대의 특성상 허용인원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한의대 신입생 모집정원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예상되는 지원자들의 진로는 한의대 지원 고수,유사학과로의 전환,재수 등 크게 세가지가 예상된다.
일선 고교 상담교사들은 『한의대 지원학생들에게 유사학과로 전환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한의대를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명문 한의대가 대부분 집단유급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에 비록 적은 숫자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1년뒤라도 자신이 원하는 한의대에 지원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지방명문 경기 A고교의 경우 한의대 지원학생 30여명중 2분의 1 정도가 유사학과로 전환할 뜻을 밝혔고 나머지 학생들은 아직 고민중이거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의대 지원을 희망한 서울 Y고교생 10여명도 지난 7월 한의대생의 수업참여 결정으로 마음을 놨다가 뜻밖의 사태에 당황하고 있다.
이 학교 3학년 김영석군(18)은 『집단유급으로 신입생 모집인원이 크게 줄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 한의학과로 진로를 결정했지만 목표했던 대학에서 집단유급이 발생해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수험생들이 유사학과로 진로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한의대 지망생들은 대개 성적우수자지만 11개 한의대 전부 대학별 고사 없이 수능점수와 내신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대학별 고사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
한의대만을 고집하는 수험생 학부모 유승민씨(45·여·경기 안양시 안양5동)는 『이번 수능시험에서 딸의 예상점수가 1백60점을 웃돌아 경희대 한의대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대학별 고사에 대한 준비도 없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집단유급으로 인한 대학측의 재정상 타격도 막대하다.
경산대의 경우 전체정원 3천여명중 한의대생 5백여명이 유급되면 한 학기 등록금 수입중 8억여원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부분 대학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방병원들은 집단유급으로 1년간 인턴인력을 공급받지 못해 환자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턴이 없으면 기존 의료인력이 인턴역할까지 수행함으로써 업무가 늘어날 수 밖에 없어 부실의료가 우려된다.
여기에다 한의생들의 입장에 심정적으로 동조해온 한의대 교수 및 한방병원 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행동 가능성도 있어 파문은 자칫 한의학계 전체로 비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이원락·권혁범기자>이원락·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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