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세계적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독특한 음성과 환상적인 율동으로 전세계 팝송팬을 사로잡고 있는 잭슨이 지난주부터 태국을 시작으로 소위 「위험한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지난 24일 태국 방콕의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의 첫 공연에는 무려 4만인파가 몰려 태국 흥행사상 최대의 성황을 기록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첫 공연에 때맞춰 어린이 성희롱 스캔들이 터져 잭슨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위험한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위험한 여행」은 지난번 텔아비브공연을 위해 이스라엘에 입국,호텔에 묵으려 할 때 극성팬들이 달려들자 신변에 위협을 느낀 잭슨이 곧바로 공항으로 되돌아가 출국해 버린 사건과 관련해 붙여진 말이다.
그는 방콕에 이어 싱가포르·대만·도쿄·모스크바·텔아비브·이스탄불·카나리아군도를 순회공연할 계획이다. 여기서 그의 「위험한 여행」 일정에서 서울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공연허가신청을 2차례에 걸쳐 거부했다. 당국은 개혁분위기 손상,젊은세대의 무분별한 서양 대중문화 오염 등을 염려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싱가포르·대만·태국 등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나라는 잭슨의 공연을 허가한데 반해 우리나라만 불허한 것은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대중예술도 문화의 중요한 영역인데 잭슨의 환상적인 율동과 노래를 보고 싶어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열망이 관료주의적인 결정에 의해 일순간에 무산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젊은이들의 거의 무조건적이고 무차별적인 「세계 톱스타」에 대한 호기심은 결코 정책적인 차원에서 잠재워질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의 호기심은 창조력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며 마이클 잭슨으로 대변되는 국제적인 문화현상을 인위적으로 봉쇄하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문민시대와 국제화를 내세우는 문민정부가 대중문화 행사를 독단적으로 막는 편협된 행위는 마치 군사독재시절 위정자가 무슨 일이고 자기 마음내키는대로 처리하던 「위험한 발상」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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