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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첫날 교실대치/아물지 않는 전교조 상처(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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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첫날 교실대치/아물지 않는 전교조 상처(등대)

입력
199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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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여러분 여기 계신 분은 이제 여러분들의 선생님이 아니예요. 일어나서 빨리 돌아가세요』27일 상오 9시30분께 개학을 맞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2동 영일국민학교(교장 김관학) 1학년 6반 교실.

교장 교감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담임 주필숙교사(31·여)의 해임을 알려주며 귀가를 재촉했다.

그러나 41명의 학생들은 아무도 일어서지 않고 눈만 멀뚱멀뚱 뜬채 주 교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학부모 10여명도 「우리 아이를 끝까지 맡아주세요」 「선생님 같이 공부하고 싶어요」 등이 적힌 판지조작을 들고 교실밖에 서 있었다.

전교조에 동조적이던 주 교사는 지난 18일 방학중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복종의무 직장이탈금지 품위유지의무 위반행위 등을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해임됐으나 개학날인 이날 학교에 나왔다.

주 교사는 지난해 6학년 담임으로 근무하면서 학교의 고질적인 금품수수 관행을 깨기 위해 앨범제조업체의 찬조금품 제공에 관해 시교육청에 감사요청을 했다가 학교측의 미움을 사기 시작했다.

그러다 전임 교장의 평교사 폭행사건 재판방청을 위해,허가없이 조퇴한 일,전교조 주최 어린이날 행사에 학생들을 데리고 간 일,학교운영방식에 줄기차게 반발해온 일 등을 이유로 해임됐다.

교문에서부터 교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학부모 20여명이 호위를 받고 교실에 들어선 주 교사는 인사를 하려다 목이 메이자 칠판에 『어린이 여러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라고 쓴뒤 잠시 돌아서서 눈물을 닦았다.

교직원들과 연락받고 온 인근 파출소 직원들은 학부모들의 위세에 눌려 접근할 엄두를 못냈고 후임 담임교사도 난감한듯 서성거리다 사라졌다.

손녀의 학부모 황복덕할머니(71)는 『저 양반 착한건 내가 알어,손녀 딸 친구들은 일기장에다 「선생님과 계속 있고 싶다」고 썼다는데…』라며 씁쓸해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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