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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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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태평양함대 소속 군함 3척이 오는 31일 부산에 입항하고 우리 해군함정 2척이 9월22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다. 1854년 러시아 군함 팔라다호가 조선왕국을 방문한 이래 1백39년만의 첫 방문이고 한·러간 군사교류의 본격화라는 점에서 큰의미를 지닌다. ◆19세기말 열강의 군함들이 동양 각국을 찾아들 때에는 이른바 「함포외교」라해서 통상을 강요하는 형식의 위협적인 침략신호로 간주됐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함정 방문은 친선외교의 한 형태가 됐다. 6·25동란 당시 북한군이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기습 침공한 일,유엔측 공군기와 소련제 MIG기들이 공중전을 벌인 일,83년 KAL 여객기를 소련 전투기가 격추한 일등 등을 생각하면 이번 교환방문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한·러관계의 큰 변화를 실감나게 한다. ◆4박5일 예정으로 방문하는 러시아군함들이 떠나는 직후인 9월5일엔 이양호 합참의장 등 군고위관계자들이 한국군 고위지휘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양국간 군사교류 방안 등에 관해 협의를 가진다. 때마침 러시아측은 한국이 제공한 차관의 원리금 상환을 러시아 전투기 등 무기로 대체하도록 제의한다는 소식이 들려 여러가지 형태의 군사협력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런가하면 지난 7일에는 우리 공군 조종사들이 북한의 주력전투기인 MIG29와 23 등의 비행훈련을 위해 루마니아에 파견됐다. 루마니아측 제의로 이루어지는 이번 훈련에서 우리는 북한 주력기종의 성능,전술내용 등을 보다 깊이 파악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같은 세상에선 웬만한 무기나 군사기술쯤은 비밀이 아니지만 군사교류에서 얻게 되는 실익은 어떤 구호나 행사 이상의 뜻을 가진다. ◆얼마전 알렉산드르 파노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사석에서 한·러간 군사협력은 양측에 상당히 유익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북한측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의 상당량이 러시아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간단한 설명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는 우리 해군은 현지 주민과 우리 교민들을 위한 행사도 벌인다니 군사협력외적인 성과도 적지 않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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