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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식 수업」 활성화 급하다(고교 교육을 살리자: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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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식 수업」 활성화 급하다(고교 교육을 살리자:27)

입력
199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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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창의성·언어구사력 함양 도움/자기표현 못하는 학생에 자신감심어/교사들 「문답식 강의」등 새 학습법 개발 노력해야지난 6월중순 서울 S여고 2학년 HR(홈룸)시간. 토의주제는 「거리질서 지키기」다.

의장을 맡은 반장이 먼저 새 정부 출범이후 과거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거리질서도 확립해야 한다는 주제풀이를 했다.

이어 의장은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할 것을 권했으나 몇분동안은 나서는 학생이 없어 의장의 주제에 대한 부연설명이 계속됐다.

그 사이 몇몇 학생이 옆친구와 『질서 지키면 되지 토론은 무슨 토론』 등의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의장이 일어서서 발언하라고 하자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며 멋쩍게 꼬리를 뺐다.

그러다가 한 학생을 손을 들고 일어나 『거리질서확립을 위해서는 경찰관의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뒤 또 뜸을 들인뒤 몇 학생이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지 말자』 『신호등을 지키고 횡단보도로 건너자』 등의 발언을 했다.

발언자는 대부분 HR 단골학생들이었으며 나머지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침묵을 지켰다.

교실 뒤편에서 지켜보던 담임 심모교사(42)는 『많은 학생들이 의견이 있어도 표현력이 없어서 또는 수줍음 때문에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S여고 국어담당 김모교사(56)는 수업시간중에 학생을 지적해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고 한다.

○암기공부 탈피를

간단한 표현으로 충분한데도 더듬거리다가 장황하게 설명하기도 하고 그나마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은 분명히 답을 아는데도 입속에서 웅얼거리다가 대답을 못하기도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정한 주제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뚜렷한 주견없이 교과서에 나오는 판에 박힌 발언만 계속하는 일이다.

그럴 때마다 김 교사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주장을 갖고 조리있게 발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절실함을 느끼지만 교과서 진도 우선이라는 현실 앞에서 뜻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발표력이란 감정과 사상·지식 등을 표헌하는 능력이다. 즉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으로 사회구성원 사이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 의견을 듣고 수용할 줄 모르며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는 발표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듣는다. 특히 군사정권이 문민정부로 바뀌었지만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의견을 논리적·체계적으로 제시·토론하고 결정하며 실천해 가는 새로운 질서에 익숙하지 못한다.

오랜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그런 연습과 훈련의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지만 학생때부터 체계적인 발표력 습득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시민 공동체의식 함양을 강조하는 현행 고교교육 과정은 국어과목의 첫째 목표를 「말과 글을 통하여 생각과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이해하며,언어사용에 대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태도를 가지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맞추어 국어교과서도 언어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언어사용능력을 기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그러나 일선고교의 국어교사들은 한결같이 모든 교육이 입시에 집중되는 현실에서 교육과정이 제시하는 목표가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동안 일부교사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발표·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며 교과내용 이외의 일상사를 주제로 논의를 하는 등 발표력을 향상시키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학부모들의 항의와 학생들의 이의 제기로 좌절했다는 것이다.

교육이론에서 가장 효과적인 교수법으로는 교사와 학생이 문답을 주고 받는 대화식 수업방식이 꼽힌다. 대화식 수업은 학생들이 수업의 주체로 만들어 창의적 사고를 유도하고 흥미와 참여도를 높인다. 또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발표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되게 된다.

학생들의 발표력 함양은 국어시간에만 이루어져야 할일이 아니다. 발표력 교육은 기본적으로 국어과목의 몫이지만 모든 교과목 수업에서도 함께 행해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어수업에서도 잘되지 않는 발표력 교육이 다른 교과과목에서 이루어질리는 없다.

서울 K고 국사담당 김모교사(44)는 『학생들에게 질문도 하고 발표도 시키는게 바람직한 줄은 알지만 진도나가기가 벅찬 실정에다 현행교육이 암기지식 전달 위주로 이뤄어져 혼자 강의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학급당 50명의 과밀수업도 발표력향상을 어렵게 한다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학생들의 발표력은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바림작히지 못한 방향으로 길러진다. 대중문화 전문가 정용준씨(30)는 『TV에 시청자 참여코너가 확대되면서 시민들의 발표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TV를 가장 많이 보는 청소년들이 특히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TV 등 대중매체가 학생들의 발표력 배양에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특이한 어투나 표현 등을 받아들여 일상생활에 사용한다. 연예인들의 언어사용은 논리에서 벗어난 감각적 표현위주여서 학생들의 체계적 사고와 정확한 어휘사용을 저해하게 된다.

TV 등 대중매체가 학생들의 발표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는데는 도움이 됐지만 논리적인 표현능력을 훼손하고 언어를 표현의 수단이 아닌 유희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경향이 짙다.

○책읽기 권장도

학생들은 유행하는 은어·속어에 민감하며 감각적 말장난에는 뛰어나지만 분명한 의견제시나 정확한 설명 등에는 서투르다.

또 자신들의 사고방식에 따라 고유한 표현방식을 개발하지만 겸양법·존대어 등 우리말 고유의 예정을 지키지 않는다.

서울 C고 이모교사(36)는 23일 개학날 학생들과 이야기도중 한 학생의 『선생님,이게 캡이에요』하는 말을 듣고 속이 상했다.

「캡」이란 「최고」를 의미하는 속어로 요즘 학생들이 흔히 쓰는 표현임을 알지만 선생님과의 대화에까지 서슴없이 사용하는 것은 결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들 나름대로의 언어구사를 하는 것은 언어변천의 측면에서도 인정해야 할 일이지만 사회적 규범적 표현부터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앞으로의 학교교육에서 발표력 교육에 대한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기대하고 있다.

교사들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도입으로 학생들의 창의력·종합적 판단력 증진을 위한 토론식 수업이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능시험으로 학생들의 독서량이 늘어 표현이 풍부해지고 논리서적이 많이 읽힘에 따라 사고가 체계화돼 발표력 신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민주화도 발표력 신장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 결정에 무조건 복종해야했던 과거와 달리 정당한 의견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발표력이 사회생활의 기본이 된다.

교육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자세전환이 있어야 학생들의 발표력 신장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수 있다고 말한다. 교사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맞추어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교대 정환금교수(41)는 『학교교육을 통해 발표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특정교과서에서만이 아니라 전교과 및 특별황동시간에 질의·응답·발표 등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발표력 신장을 위해서는 한가지 정답만을 요구하지 말고 다양한 합리적 대안을 허용해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학습과정에서 수시로 발표력을 평가해 성과를 확인하고 지도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행하는 고고생 은어·속어/새것 변화 추구… 성·신체 비유말 주류

고교생들은 새것과 변화를 추구하는 욕망,다른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쓰고 싶은 특질화욕구 등에서 특수어(은어·속어)를 즐겨쓴다.

고교생들의 은어는 성에 관한 것이나 사람에 관한것,교외생활에 관한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중 성에 관한 것이나 교외생활에 관한 것에는 학생신분으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나 말하기 어려운 것 등을 희화화하거나 원색적으로 과격하게 표현한 것이 많다.

어원을 알 수 없는 고교생들의 은어는 일단 한명이 새로운 말을 쓰면 금세 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고교생들의 은허가 시대에 따라 크게 변하지 않고 순환되고 있는 현상은 선배나 기성인들이 쓰는 말을 듣고 아무 비판없이 그대로 쓰는 경향을 반영하는 일이다.

따라서 고교생들의 바른 국어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성세대의 책임이 강조돼야 할 것이다.

◇사람에 관한 것 ▲고등학교:고삐리 ▲중학생:중삐리 ▲선생님:꼰대 ▲머리:꼴통 호박 ▲턱:죽통 ▲여학생:깔치깔 ▲경찰:짭새 ▲공부는 열심히 안하며 놀기만 하는 학생:날라리 양아치(후라빠라는 말은 사라짐) ▲공부는 열심히 하지만 놀기도 공부못지 않은 학생:닐니리 ▲도둑놈:뽀리꾼 ▲항문:후장 ▲얼국:세숫대야

◇성에 관한 것 ▲자위행위:딸딸이 ▲뽀뽀하다:쪼가리 씹다 ▲성교하다:했다 한코 뜬다 떡치다 먹다 콩까다 ▲여자가슴:빨통 밀크박스 ▲도색잡지:빨간책 ▲성병:갈갈이

◇행동에 관한 것 ▲돈을 깡패 등에게 빼앗기다:삥뜯기다 ▲교사가 촌지받는 것:먹다(와이로라는 말은 사라짐) ▲싸우다:한판뜨다 ▲거짓말하다:사발깐다 구라친다 야부리깐다 이빨깐다 뻥깐다 노가리깐다 ▲까불지마라 조용히 해라:까대지마 ▲칼 등으로 찌르다:담그다 ▲때리다:까다 밟다 ▲정식이 아닌 행동:뽀로꾸 뽀록 ▲변을 보다:후장때리다 감자찐다 ▲내숭떨다:뼁끼치다(페인트=(뼁끼)칠을 해 속을 알수 없게 한다는 것이 어원) ▲웃기다 황당하다:골 팬다 골 깐다 골 때린다 ▲밥먹자:한 밥 하자 ▲걸리다 들통나다:뽀록나다 ▲고자질하다 이르다:꼰지르다 ▲꼬시다:살쿠다 ▲훔치다:쌔비다 뽀리까다 ▲잘 논다:잘 나간다(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싸움을 잘 한다는 뜻으로도 쓰임) ▲싸움을 잘 한다:짱이다 ▲놀랍다:뻑이 간다 ▲좋다 황홀하다:뿅간다 ▲흉기를 잘 쓴다:다구발이 세다

◇물건·장소에 관한 것 ▲담배:야리 ▲라이터:따까리 ▲흉기:다구 ▲나이트클럽:쨘쨘(나이트 클럽에서 틀어대는 음악소리에서 나온 의성속어. 닭장이라는 말은 쓰이지 않는다)

□특별취재반

설희권차장·이원락·김현수·장인철·여동근·현상엽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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