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 우려 내세운 유감표시용/여론의식 “허물” “부덕” 용어사용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26일 감사원의 평화의 댐 건설과 율곡사업 감사와 관련한 서면질의에 대해 답변대신 「대국민해명」을 통해 그들의 입장을 밝혔다.
두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거듭된 답변요구에 「대국민해명」이란 방법을 사용해 희신한 것은 감사원의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전직 대통령 진영은 그동안 재임중의 통치행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사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었다.
그러나 감사원측은 감사원법 50조를 들어 조사가 아닌 해명기회 제공의 답변요구라고 반박했었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두 전직 대통령이 감사원의 요구대로 답변을 하지 않은 배경엔 몇가지 요인이 깔려있는 것 같다.
첫째는 헌법과 관계법률까지 위배해가며 재임중의 통치행위나 정책결정에 대해 조사를 받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씨가 감사원에 보낸 회신에서 『원로들과 협의한 결과 법률적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고 밝힌 것이나 노씨가 회신 불가입장을 통해 『헌정운영상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우려가 있으며 대통령의 소신있는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될 소지가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둘째는 감사원의 서면질의가 진상규명 차원의 「협조」라기 보다 정치적인 요인이 깔려있다고 양 진영은 보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이같이 판단하고 있는 근거는 감사원의 질의내용이 무례한데다 도덕성을 추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사실에 감정이 쌓여 있다.
예컨대 전씨에게 「평화의 댐 건설이 정권안보용이었다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와 노씨측에선 「F18기 선정을 지지한 이상훈 전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이종구 전 국방장관으로 하여금 F16기 도입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등의 대목이다.
따라서 전·노씨가 이날 감사원에 보낸 회신은 감사원과 현정부에 대한 「유감표시용」이며 대국민해명서는 경위를 설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답변대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전·노씨 진영이 이날 입장을 밝힌 것은 나름대로 명분과 실리를 고려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양 진영은 대국민해명서를 통해 「지난날의 허물과 잘못」(전씨) 「본인의 부덕의 소치」(노씨)라는 대국민사과까지 곁들여 이날 입장발표로 여론을 잠재우려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노씨측은 이미 예상했던대로 해명내용 자체에 새로운 것은 없다. 자신들의 재임중의 정책결정이 타당했다는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강조했고 그 당시의 정황을 제시하는 등 여러가지 논거를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평화의 댐 건설감사의 경우 핵심현안인 「북한 금강산댐의 2백억톤 수공위협 판단근거」에 대해 감사원의 방증 감사결과는 고의든 실수든 과장됐다는 결론인데 반해 전 전 대통령은 『지형자료 등을 토대로 계측한 용적의 최대치이며 외국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와도 일치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국가예산을 감안해 F16을 결정했다』는 노 전 대통령의 해명에 감사원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더욱이 감사원이 이들의 입장표명에 대해 전씨의 해명은 「회신」으로 인정하면서 노씨에 대해선 재답변을 촉구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주말께 도착할 미국측의 율곡 관련자료에 결정적인 단서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나 노씨의 재답변여부를 놓고 감사원측과 법적·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최악의 경우 검찰 고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고 노씨측은 헌법소원 제소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렇게 될 경우 양측의 대립은 법적 다툼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조명구기자>조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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