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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핵/이그나텐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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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핵/이그나텐코(칼럼)

입력
199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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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유럽 각국은 향후 우크라이나 핵강국으로 부상할 것인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구 소련이 보유했던 상당수의 핵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산재해있고 그들이 이 지역의 핵무기 통제권을 완전히 장악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 다음가는 제3의 핵강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구 소련이 와해된후 4천여기에 달하는 핵무기가 아직 우크라이나지역에 남아있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독립을 선언하기 직전과 그 직후 우크라이나가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인도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하며 결국 비핵지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과정은 그다지 순조롭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먼저 그들이 보유했던 단거리 핵미사일을 러시아로 철수시켰다. 이같은 조치는 상당히 신속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1천6백56기의 전략 핵무기는 종전의 위치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 무기들은 물론 서방세계를 겨냥한 것으로 러시아를 목표로 할 수는 없게 돼있다.

우크라이나는 그들 지역에 남아있는 핵무기를 아직은 사용할 수 없다. 이 핵무기의 발사권은 독립국연합(CIS) 당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크라이나도 핵사용권은 갖고 있으나 CIS의 발사결정을 거부할 수는 없다. 러시아와 다른 CIS국가들은 과연 우크라이나가 그들의 핵무기에 대한 「선택적 통제권」을 고집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그들 국가의 지도자들이 직면하게 될 어려움은 과연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과학자들이 구 소련의 핵무기 개발에 커다란 공헌을 했으며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능력이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과학자들이 지닌 이같은 기술적 잠재력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는 우크라이나정부의 태도와 대러시아 관계 등에 의해 최종 결정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폭기에 대한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다. 레오니드 크라프추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가 전략핵무기인 SS 24s를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해왔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의 승인없이도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움직임은 그들 스스로에게 어떤 대가를 요구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가 이같은 핵무기의 통제권을 획득하게 되면 그들은 세계 모든 핵보유국가들의 공격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가 자국에 대한 공격용으로 설계됐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잔뜩 긴장할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의 핵위협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이와함께 우크라이나는 핵경쟁으로 인한 퇴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수천기의 탄도미사일과 막강한 핵무기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 관리와 현대화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핵능력은 러시아와 비교할 때 미미한 수준이다. 러시아는 단기적으로 볼때 우크라이나의 핵문제에 취약할 수 밖에 없으나 우크라이나의 핵위협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이는 그들에게 우려와 불안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핵보유론자들은 그들의 주권유지를 위해서는 핵무기 보유가 그들의 최선의 담보가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들은 핵보유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거나 그들을 상대로 전쟁을 기도하는 적들의 기를 꺾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가상적 상황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심각한 곤경에 빠뜨리게 될 뿐이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제3의 핵강국으로 등장할 경우 핵확산에 반대하는 미국 및 다른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그럴경우 미 의회와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할 개연성은 다분하다.

이제 우크라이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기에 와있다. 그들은 앞으로 핵무기를 보유할 것인가,아니면 서방국가와 타협할 것인가를 빠른 시일안에 선택해야 한다. 세계는 「핵무기가 곧 평화」를 의미한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듯하다. 이는 핵무기가 전쟁종식에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해결책이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의 경우가 맞다.

보리스 타라스 유크 우크라이나 외무차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핵보유가 골칫거리 하나를 더 얻는데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해가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서방과는 물론 CIS 회원국과도 핵개발 경쟁으로 인해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최초의 국가가 됐다. 핵보유 여부를 둘러싼 우크라이나 정치세력간의 암투는 우크라이나의 총체적 위기를 심화시켜 국가존망의 위기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타라스 유크 외무차관의 설명이다.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가 비핵화를 지향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가 우세하다. 우크라이나의 비핵화는 당장은 그들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겠지만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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