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자금 금융권 흡수 저금리 공급/비정상 지출줄어 내부유보금 확대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설비투자는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면 금융경색이 완화되고 설비투자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면 실명제는 튼튼한 뿌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금융경색 현상이 계속될 올 연말까지는 투자심리가 크게 냉각돼 적어도 신규투자 시도는 사실상 중단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먼저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설비자금 조달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활용중인 회사채 발행은 거의 중단될게 확실하다. 또 자금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국면을 맞아 대다수 기업은 한정된 자금으로 운전자금 충당에 투입하는데도 힘이 부쳐 설비투자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실명제 수습과정에서 금리상승과 금융긴축,내수 소비둔화 등 과도적 후유증이 예상되는 것도 장래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국내 경제상황은 투자를 부추길만한 요인이 거의 없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2·4분기중 설비투자는 1년전보다 1.5%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4분기이후 4분기째 계속된 감소세다. 연간으로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설비투자의 마이너스 증가가 불가피한 모양새가 됐다.
특히 대기업도 상당기간 신규투자를 관망하는 자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 S그룹의 자금담당 임원은 『수익이 난다는 판단만 서면 언제 어디든 투자를 하는게 민간기업의 생리』라면서도 『상당수 그룹들이 위장분산 주식이나 비자금처리 등 발등에 닥친 현안이 있어 신규투자할 의욕이 생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신경제 1백일계획 등 정책노력에도 불구하고 침체를 벗지 못한 설비투자가 실명제라는 구조개혁조치를 맞아 한동안 더 위축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말이다.
반면 이같은 단기위축을 이겨낸다면 내년이후 전반적인 경영여건 호전에 힘입어 기업의 투자심리는 크게 나아진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양수길박사는 『그동안 제도개혁으로 인해 민간기업에 만연했던 불확실성이 실명제 실시이후 거의 깨끗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실명제가 정착되면 그동안 지하경제를 떠돌던 사채자금이 대부분 제도금융권에 흡수돼 보다 낮은 금리로 산업계게 공급될 수 있다. 또 기업회계가 투명해지면서 비자금이나 임원 가지급금 등 비정상적인 자금유출이 줄어 자연히 기업의 내부 유보금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부동산 매입이나 경쟁력이 뒤지는 계열사로의 대출 등 비생산적 자금운용이 줄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 및 기술개발투자 부문에 오히려 더 많은 자금을 돌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경영과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를 몰고 올 실명제를 통해 투자촉진을 뒷받침할 각종 여건은 지금보다 크게 나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실명제의 성공적인 정착과 투자의 조기회복여부는 서로 물고 물려 투자가 회복되면 실명제가 성공하는 것이고 실명제가 성공하면 투자도 회복된다는 의미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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