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경제정책/“정경유착 단절” 단호한 수술(문민정부 6개월: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경제정책/“정경유착 단절” 단호한 수술(문민정부 6개월:중)

입력
1993.08.26 00:00
0 0

◎실명제로 산업 체질개선 착수/저성장부담… 장기지표는 회복세/재계 일부선 “정책 불확실” 지적김영삼정부 6개월의 경제지표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상반기 GNP 성장률 3.8%,제조업 성장률 2.2%,설비투자 5.7% 감소,소비자물가 상승률 4.4%,38억달러의 무역적자 등은 상당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청신호를 시사히는 지표도 적지 않다. GNP 성장률이 1분기(3.4%)보다 2분기(4.2%)에 커졌고 국제수지는 1분기의 17억달러 적자에서 2분기 5.1억달러 적자로 축소됐으며 물가도 1분기 2.7%에서 2분기 1.4%로 둔화됐다는 사실이 바로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근거이다.

그러나 이런 지표만으로 김영삼정부의 경제를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역대 정권이 「구호」 차원에서 부르짖었던 정경유착의 근절,경제체질의 개선 그리고 금융실명제 실시를 실천했다는 점은 단기적 수치만으로는 평가하기 이르다. 그 과실은 2∼3년후나 차기정권에서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의 한 측근은 『한국경제는 실명제라는 수술후 아직 마취에서도 안 깨어난 상태다. 고단위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기 때문에 성과는 천천히,그리고 강하게 부각될 것이다』고 비유한다.

그렇다고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는 없다. 더욱이 실명제 실시후 실물경제 현장은 자금시장의 경색,중소업자의 연쇄도산 우려,투자의욕의 위축 등으로 위기감을 체감하는 듯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사정한파에 대한 두려움이 표출되고 있고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노동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갈지,금융개편이나 세제개혁은 어느 수준으로 추진될지 불명확하다』는 지적들이다.

사실 경제정책의 기조가 일관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나웅배의원은 『현 정부가 출범초에 추진한 기조는 경제활성화와 경제정의 실현을 동시에 실현하려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정의 실현쪽으로 노선을 설정한 것 같다』고 평했다. 출범초 경기부양책인 신경제 1백일계획을 추진,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려 했다가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출범 6개월의 시점에서 실명제라는 장기적인 구조조정·체질개선작업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국제경제의 장기적 불황과 우리 경제의 정체하에서는 먼 장래를 내다보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전략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기조가 단기부양과 구조조정 사이에서 혼선을 빚은 경험은 여러번 있다. 6공 시절 조순부총리 때는 안정우선을,이승윤부총리 때는 성장론을,다시 최각규부총리는 안정에 긴축을,새정부는 다시 단기부양책을 시도하는 등 최근 몇년간의 경제정책은 뚜렷한 전략아래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했다.

이같은 혼선의 경험에서 개혁주체들은 개혁정책의 당위성을 찾는다. 과거에 실물경제의 아우성을 듣고,자금지원과 부양책을 썼지만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바로 경제주체들의 의식전환이 이루어졌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경유착과 기업의 투기 및 재테크는 건전한 경쟁의 룰을 소멸시키고 기술혁신의 노력을 무색케 해왔는데,단기부양책이 이의 쇄신을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차제에 경쟁과 기업의 건전성을 확실히하지 않으면 또다시 부패와 정경유착의 악순환이 계속되리라는 논리다.

불확실성과 사정에 대한 재계의 우려도 개혁주체들에게는 비판의 표적이다. 이들은 『불확실성은 세계경제 전반이 겪고 있는 문제다. 사정을 겁낸다는 것은 그만큼 과거 기업운영을 비정상적으로 했다는 방증이다』고 공박한다. 청와대의 한 경제관계자는 『지금 다시 과거의 경제패턴으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정경유착과 부패가 팽배한 경제구조로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현 정부의 6개월 경제는 바로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초석을 깔았다는 측면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주체들은 이를 수긍하면서도 현실론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돈을 애국심으로 다루면 실패한다』는 지적이 많다. 충정론만으로는 경제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고 투자분위기 조성과 확실한 전망,정국의 안정이 없으면 경제는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히 기업과 근로자 나아가 국민 전체를 끌어들일 수 있는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꿈이 없는 곳에 활력이 없다는 것이다. 21세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촉박한 시점에서 우루과이라운드 등 중차대한 국제경제 문제나 개방문제에도 심도 있는 준비가 따라야 한다는 충고 또한 YS 경제 6개월을 즈음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이영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