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없이 잠재력 믿다 고전중국은 침술로 유명하다. 침 하나로 전신을 마취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도 침으로 해결한다. 북경에서 제일 큰 광안문의원에는 중국의 침술을 배우러온 스페인 이탈리아 동유럽지역의 학생들이 수십명이다. 이 의원의 이유형 주임의사는 『정확히 침을 놓으면 피가 안난다. 정확한 침은 사람의 몸을 관통해도 피가 안나지만 잘못 짚은 맥은 한치만 찔러도 피가 난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중국 전략에도 침술이 필요하다. 중국은 거대한 인구와 땅덩어리를 갖고 있는 기회의 땅이다. 중국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개방의 대세를 타고 너도나도 돈벌이에 나서고 있어 이를 노린 각국의 치열한 경제전쟁터가 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지의 국가들은 이미 중국 곳곳의 정확한 맥에 침을 꽂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일본과 대만 기업들은 젖가락을 들고 피 한방울 나오지 않게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 비애 어디를 찌를 것인지 그저 침만 들고 있고,찌르는 자국에서는 피만 나오고 있는 것이 중국 공략에 나선 우리 기업의 정확한 현주소다. 이는 교역이나 투자 모두 마찬가지다.
호남성 장사시의 허름한 호텔 매장에까지 우리 손으로 만든 껌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껌에는 「후리센스」라는 상표와 함께 상품을 설명하는 문안이 한글 일색이다. 물론 가격표시도 중국인은 알아 먹을 수 없는 한글이다. 판매원 아가씨는 『15일전에 들여왔는데 아직 한통도 팔리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인에게 팔 껌에 붙은 한글상표는 「중국인에게 껌 한통씩만 팔아도 12억통」으로 착각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중국전략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한 철이 지난 상품을 중국에 팔려던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결국에는 진열대에서 이 상품들을 걷어내고 싸구려시장에 덤핑으로 넘긴 일도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는 「한국상품,싸구려」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다.
『중국의 구매력을 과소평가한 결과다. 싸구려 상품을 살 중국인은 중국상품으로도 충분하다. 외제품을 사는 중국인은 부자다. 업무상 만나는 중국인들의 집에 가보면 일제 전자제품이 완비돼 있다. 외제품을 사는 돈 많은 중국인은 현재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산다』 북경무역관 최원중과장은 중국인구 12억을 대상으로 한 우리 기업들의 전략부재를 꼬집었다.
투자도 결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중국 대외무역 경제합작부의 호국재부사장은 『한국기업의 사장은 직원과 같이 식사할 수 없다고 들었다.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중국 근로자는 없다. 노사관리를 못해 철수하는 한국기업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호 부사장은 또 『중국과의 합작사업에는 반드시 계약서를 써야 한다. 그 이전의 의향교환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상당수 기업인들은 제대로 오가지도 않은 얘기를 본국에 돌아가 크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체도 없이 말만 앞세우는 한국 기업인이 많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엄청난 잠재시장이지만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은 나라다. 등소평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해의 포동지구에는 이미 1천여 외국기업이 자리를 잡았다. 상해 포동신구 관리위원회의 화신상 선전처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며 선진국 기업만으로 포동 개발이 가능하며 한국 기업이 오지 않아도 관계없다는 듯한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와 같은 어정쩡한 우리 기업의 상품이나 투자전략으로는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북경무역관 박찬혁관장은 『중국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은 이미 막대한 시장으로 거대한 경제대국으로 한발 한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시장으로 생각해서도 안되지만 위협대상으로만 볼 필요도 없는 나라다. 중국 접근은 이제부터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중국전략의 하나로 성별 접근을 권했다. 『성 하나를 한나라로 봐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전체를 보고 접근하려한다. 한성에서 자리잡으면 옆성에서 손짓한다』는 것이 10년동안 중국을 연구한 그의 대중국 접근의 결론이다.
교역측면에서도 싸구려 이미지를 불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 신상품을 내놓기 전에 중국에 먼저 알리는 신상품 홍보전략을 펴야 우리 상품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기다려야 한다. 지사원을 보내도 당장 이익을 따지지 말라. 인맥을 구축해야 한다. 중국에는 우수한 인력이 많다. 개방된 30대는 이미 현재의 중국을 이끌고 있다. 자원과 자본이 많고 기초기술은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어설픈 침을 들고 중국의 맥을 찾을 수는 없다. 변화의 대세에서 휩싸인 중국을 정확히 보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중국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북경=이종재기자>북경=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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